올해들어 BI 자격 자진 반납 잇따라
액셀러레이터 육성 모델 떠오르며
보육시설 중심 지원책 경쟁력 잃어
중기부, 올해 예산도 118억 '반토막'

창업보육센터(BI) 자격 반납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 보육공간 제공보다는 연계 투자와 관련 사업과의 협업 등 액셀러레이터 방식의 육성 모델이 떠오르면서 경쟁력을 잃은 창업보육센터가 사업권을 속속 포기하고 있다. 정부도 관행적 단순 예산 지원을 줄이고 특화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돌리는 분위기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공기관 및 협단체 등을 중심으로 창업보육센터(BI) 반납이 줄잇고 있다. 디자인진흥원, 창업진흥원, 로봇산업진흥원,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벤처기업협회, KTB네트워크, 광주보건대, 수원여대 등이 올해 BI 사업자 자격을 자진 반납했다.

BI사업은 1999년 처음 도입된 이후 2015년말에는 전국 272개로 확산됐다. 이후 점차 감소하던 BI는 지난해말 259개로 줄었다. 올해도 운영실적이 저조한 BI를 중심으로 자격 반납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 BI 반납이 이어지는 주된 이유는 그간 BI운영비와 보육시설 개선 관련 리모델링을 지원하던 중소벤처기업부의 예산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22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24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예산은 118억원으로 5년전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중기부는 올해부터 경영평가결과에서 일정 점수를 얻지 못한 BI에는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고, 상위 BI에 추가로 사업비를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신 지방을 중심으로 임대전용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확대해 중소기업이 저렴한 임대료로 사업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보육역량이 우수한 BI에는 특화 지원을 확대하고 명맥만 유지하는 BI는 지원을 줄이겠다는 것이 기본 정책 방향”이라면서 “비대면이나 소재·부품·장비 등 혁신성장 분야를 위한 지원은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중기부 방침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BI를 운영하는 기관 상당수는 이미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등 유사 기능을 가진 민간 업체가 증가하면서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는 BI는 경쟁력을 잃었다.

최근 BI를 반납한 한 기관 관계자는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는 방식의 BI 모델은 이제 수명이 다 했다고 봐야한다”면서 “각종 보고나 평가 부담까지 감수하며 지원금을 받기 위해 자격을 유지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반납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단순 보육공간 등 하드웨어 중심 지원보다는 엔젤투자 확대, 대·중소·벤처기업과 협업 등을 이끌 수 있도록 민간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단순 BI기능을 넘어 기술지주회사 설립, 액셀러레이터 등록 등을 통해 사업화와 연계 투자까지 지원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면서 “민간의 우수·특화 액셀러레이터를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해 창업인프라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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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