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은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시간적·물리적 공간의 경계가 사라졌고, 국경 간 경계도 희박해졌다.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경제가 일상이 됐고, 우리 생활 깊숙이 글로벌 서비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으로 경계가 사라진 덕분에 다양한 유형의 온라인 플랫폼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온라인 플랫폼은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플랫폼에 대한 보편적 정의를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수요자인 이용자 관점에서 볼 때 제공되는 서비스 유형에 따라 검색 서비스 플랫폼, 전자상거래 플랫폼, 동영상 플랫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등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Statista)에 따르면 구글은 글로벌 검색엔진 92.05%(2021년 2월 기준), 아마존은 2016~2019년 글로벌 온라인 소매 시장 13.7%를 각각 장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는 세계 이용자 수 기준으로 페이스북, 유튜브, 왓츠앱, 인스타그램이 압도적인 상위 5위까지를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특정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인접 영역이나 서비스와 결합하거나 이용자가 한 곳에서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확장하고 있다. 특정 영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확장하며,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시장(market platform)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마존·알리바바·구글·네이버·카카오 등을 보면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한 곳에서 모두 얻을 수 있도록 광고, 정보 제공, 중개, 가격 비교, SNS 등 시장이 제공하는 거의 모든 기능을 제공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나 개인 이용자 모두 온라인 플랫폼 종속이 고착화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어 최근 논의되고 있는 플랫폼 입법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세계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하원 소위원회가 플랫폼의 반경쟁적 활동에 따른 시장 지배력 남용 문제를 지적한 보고서를 채택한 것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기존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새로운 규제체계를 고민할 때다. 최근 공정위, 방통위, 과기부, 문체부, 산업부 등은 각자 전문성에 기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거나 규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기관 간 공공선을 위한 선의의 정책 경쟁도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플랫폼 규제는 위와 같은 시장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 공정경쟁 환경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에 충실하게 해 나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입법(안)을 보면 유럽연합(EU)의 Platform-to-Business Regulation, Data Services Act 패키지 등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U는 오랜 기간 현황 조사, 연구, 규제 사례 축적 등을 통해 입법에 이르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입법을 둘러싸고 일반 규제기관인 공정위와 전문규제기관인 방통위 간 관점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경계가 사라진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규제 경계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규제 중복이나 공백도 바람직하지 않다.
온라인 플랫폼 시대로의 변화에 맞춰 적절하고 효과적인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다만 본래의 규제 목적을 실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논리적 근거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 규제 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기관 간 협력적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플랫폼의 다면적·다층적·복합적 구조와 기능과 더불어 시장·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규제기관의 역할을 존중하면서 규제 사각지대가 생겨나지 않도록 일반 규제기관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국민 권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온라인 플랫폼 시대에 적합한 협력적 규제체계 확립을 기대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교수(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 kjchoi@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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