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이병호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 "디스플레이 신기술 개발만이 후발주자 추격 따돌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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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신기술밖에 없습니다. 후발주자의 맹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유일한 전략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계속 개발해 격차를 더 벌려야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을 한층 더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디스플레이 절대 강자 지위에 올려두었던 일등공신은 액정표시장치(LCD)다. 2005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LCD 생산국 1위를 차지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중국이 LCD 산업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면서 12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병호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서울대 교수)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안심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현재 세계 OLED 시장 1위는 우리나라다. 그러나 중국 BOE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빠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왕좌가 조금씩 흔들린다. 이 학회장은 “BOE가 애플에 OLED를 공급하는 게 신호탄일지 모른다”면서 “삼성과 LG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OLED도 결국 추격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쫓고 쫓기는 악순환의 고리는 쉽게 끊어내지 못한다. 이 학회장은 '신기술 개발'만이 이 악순환에서 생존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LCD 시대에도 OLED에 적극 투자, 미래를 대비한 것처럼 이제는 OLED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가 지난해부터 '미래전략위원회'를 가동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기술 개발은 비단 기업 영역만은 아니다. 학계와 산업계, 그리고 정부가 호흡을 맞춰야 한다. 기초 기술 연구를 학계에서 담당한다면, 이를 산업화하는데 기업이 필요하다. 정부는 산업 성장을 견인하고 뒷받침해줘야 한다. 이 학회장은 “장기적으로 20년 후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최근 마이크로 LED까지 기술이 성장했는데, 그 다음 먹거리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전략위원회는 고민의 결실로 올 하반기 '디스플레이 3대 미래상과 9대 도전과제'를 발표한다. 가상과 현실을 분간하기 어려운 초현실 공간구현 디스플레이와 인공지능(AI), 탄소제로를 위한 친환경 디스플레이, 어디서든 쉽게 연결되는 융합 디스플레이 등이 우리나라 차세대 디스플레이 성장 동력으로 제시될 전망이다. 이 학회장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도 긴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산업협회에서 중단기 전략을, 학회에서 장기 전략을 구축하는 '투트랙' 방식”이라고 말했다. 미래전략위원회 운영은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 2021)와 함께 학회의 최대 관심 사업이다.

학회는 정부, 산업계와의 소통도 강화한다. 디스플레이 3대 미래상과 9대 도전과제가 단순한 청사진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학회장은 “디스플레이 산업 관련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각종 도전과제가 장기적으로 국가 연구과제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미래전략위원회 내 포진한 다수 기업 관계자와 합심해 산업계에도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