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하청에 매출 15% 삭감 지시…고통 전가 지적
최 회장 급여·상여금은 각각 작년比 19%·43% 인상
포항사업장 내 이륜차 운행 규제 '탁상행정' 비판
차량 정기 출입증 없는 하청 근로자 불편 가중

포스코가 사내 하청업체들에게 작년부터 내년까지 매년 5%씩 총 15%의 매출 삭감을 요구한데 반해 최정우 회장에게는 수십억원대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청 업체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면서 경영진은 잇속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포스코는 잇따르는 산업재해와 관련해 근본적 안전사고 대책보다 제철소 내 자전거, 오토바이 등 이륜차 운행을 금지키로 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9일 정용식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장은 “포스코가 작년부터 임금 지원 등을 이유로 하청업체들에게 매출 5% 삭감을 요구했다”면서 “(하청업체들은) 올해와 내년까지 매년 5%씩 총 15%를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청 매출 감소는 결국 인력을 15% 줄여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포스코는 대외적으로 문제가 불거지지 않기 위해 하청업체 경영진들에게 구두로 이를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원·하청 간 임금격차 해소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는다. 포스코는 2018년 10월, 포스코그룹 5개사가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향후 3년간 총 7771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지회장은 “통상 사내 하청 임금은 원청(포스코) 대비 75% 수준”이라면서 “최정우 회장이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여기에는 협력사 사장 인건비와 라커룸 교체 등 부대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 실질 임금 상승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원·하청 평등 원칙과 동떨어진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포스코는 오는 17일부터 여의도 3배 면적에 달하는 포항제철소 내에서 오토바이와 자전거 등 이륜차 운행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잇단 근로자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가 불거진 이후 나온 조치다.
문제는 하청 근로자들이 대부분 이륜차를 애용한다는 점이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하청업체 직원들은 원청과 달리 별도 차량 정기 출입증이 없기 때문에 통근버스나 오토바이,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실정”이라면서 “앞으로는 정문에 주차하고 걸어들어가라는 얘기인데, 차별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처사”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포스코가 노후 설비, 1인 근무 등 근본적인 산재 원인을 방치한 채 '보여주기'식 대처에 나섰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달리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임금을 늘리는 데는 아낌이 없었다.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에게 작년 근로소득으로 19억2700만원을 지급했다. 이 가운데 상여금만 10억19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3년 단위 장기 경영성과 명목으로 3억3300만원과 철강 리더십 확보 등 성과연봉 4억4600만원 등이 포함됐다. 급여와 상여금은 각각 전년 대비 19.2%, 43.7% 늘었다.
한편 포스코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설명과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