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차체 8기통 가솔린엔진으로
소음·진동 없는 부드러운 승차감 구현
과속방지털 넘을 때도 흐트러짐 없어
엠비언트 라이트, 실내 화려하게 꾸며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성공의 상징으로 불린다. 지난 수십 년간 국가원수나 최고경영자(CEO)들의 의전 차량으로 애용되며 명성을 쌓아왔다. 많은 후발 주자들이 S클래스를 넘기 위해 각사의 기술력을 집약했지만, 벤츠는 최고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벤츠 세단 라인업 최고봉이 S클래스라면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카(SUV) 라인업 S클래스는 GLS다. 2006년 북미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고급 대형 SUV GL클래스가 GLS 모태다. 2015년 11월 GLS로 이름을 바꾼 이후 현재까지 벤츠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SUV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3세대로 완전변경을 마친 GLS를 시승했다. 시승차는 GLS 라인업 상위 트림인 GLS 580 4매틱이다. 전장이 5.2m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에 V형 8기통 가솔린 엔진을 얹어 여유로운 공간감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갖췄다. SUV지만 의전 차량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호화롭고 편안했다.
차량을 마주하면 커다란 몸집이 시선을 압도한다. 차체 크기는 전장 5220㎜, 전폭 2030㎜, 전고 1840㎜이다. 축간거리는 3135㎜로 기존 세대보다 60㎜ 길어졌다. GLS는 국내에 판매 중인 고급 대형 SUV 가운데 가장 큰 SUV에 속하는 BMW X7보다 크다. X7과 비교해 전장은 70㎜, 축간거리는 30㎜ 길다. 큰 차체에도 비례감을 고려한 디자인 덕분에 둔한 느낌이 들진 않는다.
외관은 벤츠 고유의 디자인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전면은 커다란 8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두 개의 파워돔을 넣은 보닛이 플래그십 SUV다운 품위를 나타낸다. 한쪽당 112개의 LED를 넣은 멀티빔 LED 헤드램프는 야간에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측면은 라인을 줄여 선명한 형태를 강조했고 짧은 오버행 설계로 역동적 모습을 연출했다. 후방 도어부터 리어 램프까지 이어지는 탄탄한 근육질 디자인은 안정적 뒷모습을 완성한다.
실내는 S클래스에 견줄 정도로 고급스럽다. 매끄러운 가죽과 알루미늄 등 여러 소재를 활용했다. 야간에는 다채로운 컬러를 선택할 수 있는 엠비언트 라이트가 실내를 화려하게 꾸며준다. 기존 세대보다 87㎜ 길어진 2열 레그룸 덕분에 뒷좌석 실내 공간도 더 넉넉해졌다. 7명이 탑승할 수 있는 모든 좌석은 전자식으로 손쉽게 조절이 가능하다. 특히 3열에 위치한 두 개의 좌석에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이지-엔트리 기능을 제공한다.
2열 시트를 뒤로 눕히면 항공기 일등석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MBUX 리어 시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포함된 두 개의 11.6인치 풀 HD 터치스크린은 테더링을 통해 웹 브라우저에 접속하거나 블루투스 헤드폰을 연결,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3열 시트도 넉넉하다. 신장 194㎝ 성인까지 탈 수 있는 2인승 시트 구성이다.
시동을 걸면 웅장한 음색을 지닌 V8 4.0ℓ 가솔린 엔진이 깨어난다. 48V 전기 시스템 EQ 부스트를 더해 효율성을 높인 엔진은 최고출력 489마력, 최대토크 71.3㎏·m의 넘치는 힘을 발휘한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 위치한 통합 스타터-제너레이터(ISG)는 가속 시 22마력, 25.5㎏·m를 추가로 지원한다.
가속을 시작하면 소음과 진동 없이 편안하고 부드럽게 출발한다. 엔진과 맞물린 9G-트로닉 자동변속기는 1단부터 9단까지 단수를 나눠 세심하게 속도를 높인다. 언제 변속됐는지 모를 만큼 매끄러운 설정이다. 2640㎏에 달하는 거구지만 정지 상태에서 100㎞/h 가속 시간은 5.3초에 불과하다.
과속 방지턱을 넘거나 급격한 코너에 접어들어도 차체는 흐트러짐 없이 편안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운전 조건이나 속도, 하중에 따라 서스펜션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지능형 에어매틱 서스펜션 덕분이다. 달리기 성능보단 승차감에 중점을 둔 설정이다. 다만 가다서기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 다소 쎄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량이 출렁이기도 한다.
구동력은 상시 사륜구동 방식을 통해 네 바퀴에 전달한다. 구동력을 0%에서 100%까지 배분할 수 있는 오프로드 패키지도 탑재했다. 운전자가 주행 모드를 선택해 사륜구동 특성과 서스펜션 설정을 주행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시승 시 극한의 오프로드 성능까지 체험하긴 어려웠지만, 이런 기술을 갖췄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함이 느껴진다.
최신 주행 보조 시스템과 다양한 편의 기능도 잔뜩 넣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는 12.3인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직관적 차량 제어는 물론 실시간으로 교통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내비게이션을 지원한다.
더 커진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자신이 원하는 주행 정보를 배치할 수 있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제동과 출발을 지원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 기능도 업그레이드했다. 정차 후 자동 출발이 작동하는 시간 범위가 3초에서 30초로 길어졌다.
기분과 취향에 따라 온도나 조명, 시트 설정, 오디오 등을 조절하는 기능인 에너자이징 패키지 플러스도 갖췄다. 상쾌함과 활력, 트레이닝, 따뜻함, 기쁨, 안락함까지 총 6가지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하면 차량이 스스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엄청난 덩치와 호화로운 장비를 탑재한 만큼 경제성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시승 당일 150㎞ 주행한 결과 평균 연비는 6㎞/ℓ대에 머물렀다. 정체가 극심한 서울 도심에선 5㎞/ℓ 전후, 한적한 국도에선 9㎞/ℓ 전후를 기록했다. 시승차 GLS 580 4매틱 공인 복합 연비는 7.3㎞/ℓ, 가격은 1억6360만원이다. 연비나 가격을 보고도 놀라지 않아야 이 차를 소유할 수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