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CT와 중고폰 시장 디지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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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석 업스테어스 대표

책상 서랍에서 '쓸 만한' 중고 스마트폰을 하나 발견했다. 1년 전에 구입한 것으로, 당시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되팔지 못하고 남은 폰이다.

구입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아직은 쓸만해 보인다. 되팔면 괜찮은 쌈짓돈이 될 것 같아 중고폰 판매를 고민했다. 그러나 어디에 팔아야 할지, 얼마에 팔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중고폰은 다시 서랍 안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중고 스마트폰을 그대로 방치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중고 휴대폰(공기계) 보유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중고 스마트폰은 약 900만대에 이른다. 단순히 소장하기 위해 보관하기도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나 낮은 매입가격, 매입처 정보 부족 등 이유로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고폰업계의 당면 과제 또한 집안에서 방치되는 물량을 시장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과거 재래식으로 이뤄지던 중고폰 거래·수거 방식은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가 클릭 몇 번이면 시세를 포함한 정보 대부분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발품을 팔면서 중고폰 매입업자 일방의 견적 제시에만 온전히 의존할 필요도 없어졌다.

시장 환경이 바뀌고 소비자가 달라지면서 중고폰 업체의 영업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 소비자를 위해 중고폰 전문 업체는 직접 기기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이에 대한 인증서와 매매 계약서까지 제공한다.

최근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는 온·오프라인 중고폰 거래 서비스로는 크게 세 개가 꼽힌다. SK네트웍스 '민팃ATM', 중고폰 가맹점 사업자 '소녀폰',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폰가비' 등이다.

민팃ATM은 SK네트웍스의 정보통신 리사이클 브랜드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비대면 무인 중고폰 ATM이다. 전국 이마트와 홈플러스 매장 등에 설치돼 접근성을 높였다. 비대면으로 현장 시세 조회 및 판매, 기부 기능 등을 갖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소녀폰'은 중고폰 가맹점 사업자로, 전국 70여개 지역 지점으로 접근성을 확보했다. 매입 현황을 실시간 공개, 합리적인 중고폰 거래를 돕고 있다. 거래 방법으로 인근 지점 매장의 방문을 통한 직거래와 온라인 택배 거래를 지원한다.

'폰가비'는 온라인 중고폰 매입 견적 비교 서비스다. 소비자가 중고폰 정보와 사진을 올리면 최대 7개의 매입 견적을 제공한다. 딜러 출장부터 매입 금액 지급까지 현장에서의 즉각 처리가 가능하다. 중고폰 딜러 고객의 후기가 모두 공개되는 등 안전하고 투명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등장은 중고폰 시장 양성화와 궤를 함께한다. 객관화한 데이터, 투명한 유통 구조, 손쉬운 이용 방식으로 누구나 좋은 가격에 중고폰을 사고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랜 시간 전통 유통 구조에 머물러 있던 중고폰 시장도 이제 변화의 흐름을 맞았다. 양질의 중고폰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가계통신비 절감도 가능하다. 중고 거래 활성화가 신제품 구입 부담을 줄여 교체 주기를 단축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를 위해선 결국 중고폰 시장에 참여하는 다양한 플레이어(업체)가 건전한 경쟁 관계를 맺어 가야 한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경쟁이야 말로 소비자가 망설임 없이 중고폰 거래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촉매가 될 것이다.

장영석 업스테어스 대표 ryan@joonga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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