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에서 토종 반도체 설계자산(IP) 경쟁력을 보여주겠습니다.”
이성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대표의 포부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반도체 IP 회사다. 반도체 칩 설계에 필요한 핵심 기능 블록 관련 설계도면, 즉 IP 솔루션을 세계 곳곳 반도체 회사에 공급한다.
IP 회사로 가장 유명한 곳은 영국 ARM이다. 이 대표는 오픈엣지를 '한국의 ARM'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오픈엣지는 차세대 인공지능(AI)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한다. 그 가운데서도 '에지 컴퓨팅' 생태계를 집중 공략한다. 증강현실(AR) 기기, 드론,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가전, 지능형 저장장치 등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는 정보기술(IT) 기기에 들어가는 작고 빠르면서 전력 효율과 보안성이 우수한 AI 반도체용 IP를 개발하는 것이다.
오픈엣지의 주요 무기는 신경망처리장치(NPU)와 메모리 시스템용 IP다. 이미 메모리 시스템 IP는 회사의 주요 매출원이 됐다. 경쟁사 솔루션보다 넓은 메모리 대역폭으로 메모리에서 중앙처리장치(CPU)로 건너오는 정보를 최대 30% 빠르게 받아들인다.
오픈엣지 메모리 제품 성능이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사 선택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적 메모리 업체에 관련 IP를 공급했다. 또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공개한 AI 반도체에 회사의 메모리 시스템을 탑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궁극적인 먹거리가 될 아이템은 NPU IP다. AI 시대에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기 위한 '병렬 연산'이 대세가 되면서, 사람 신경망을 모방한 NPU 칩이 주목받고 있다.
오픈엣지는 2019년 첫 NPU 솔루션을 출시한 뒤 지난해 두 번째 버전을 선보이는 등 지속적으로 제품 개발을 해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경쟁사 대비 두 배 이상 면적 및 소비전력 효율성을 구현하면서 중국 등 해외 주요 칩 설계 회사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큰 오픈엣지 성장동력은 '통합성'이다. 메모리, NPU, 인터커넥트 등 AI 칩 구현을 위한 핵심 IP를 한 회사에서 설계하는 경우는 세계에서 오픈엣지가 유일하다. 세계 유력 IP 회사들도 흉내 낼 수 없는 오픈엣지만의 차별 포인트다.
이 대표는 “고객사가 영역별 IP 호환성을 우려할 필요 없이 성능 좋은 칩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17년 설립된 신생 회사가 일찌감치 좋은 기술을 확보,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에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실력 있는 설계 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함께 회사를 설립한 5명 중 대부분은 삼성전자에서 굵직한 칩 개발 프로젝트를 맡았던 고급 설계 인력이다.
향후 경영 방침 역시 '인력 확보'에 방점을 둔다. 2019년 캐나다 IP 회사 '더식스세미(The Six Semiconductor)' 인수에 이어 올해 미국, 독일 등에 연구 거점을 세워 고급 인력 영입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사업이 안정되면 국내 IP 인력 양성을 위해 '오픈엣지 아카데미'를 오픈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 중국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가면서 2022년 코스닥 상장, 2025년 1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한다”며 “회사 성장 속도에 맞춰 고급 인력들을 다수 확보해 토종 IP 경쟁력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