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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지난해에는 모든 이슈가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결론 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른바 기승전'코로나'였다. 2021년 새해에는 백신 접종과 치료제로 새로운 희망을 줄 것이라는 소망이 있듯이 미디어 산업에서도 희망찬 일이 많이 일어나기 바란다.

지난해 12월 영국 오프컴은 '스몰 스크린:빅 디베이트-공영방송의 미래'라는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 제목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TV를 넘어 '스몰 스크린' 모바일로 이동하는 시점에서 공영방송이 가야 할 길을 다각도에서 '빅 디베이트'(대논쟁)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비롯한 수많은 매체 출현으로 시청자 선택이 많아졌음에도 과연 공영방송은 아직도 중요한 매체 역할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통해 공영방송의 위치를 다시 보고, 이를 통한 새로운 프레임을 짜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영국 지상파 방송은 지금까지 콘텐츠와 서비스에서 믿을 수 없는 성장을 통해 시청자에게 큰 혜택을 제공해 왔다. 가장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뉴스 가치를 제공했고, 다른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어린이·예술·교육·종교·윤리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수백만명이 시청하는 프로그램 및 이벤트를 통해 국민 세대와 사회를 연결하고, 영국의 다양성 표출에 큰 역할을 했다. 나아가 취약 계층과 인터넷에 접근하기 어려운 계층이 다양한 정보를 접하며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게 했다. 글로벌로 인정받고 있는 제작 분야의 성장을 통해 창조경제에 버팀목이 되기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기여에도 기술 발전과 글로벌 경쟁에서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은 공영방송으로 하여금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했다. 시청자, 특히 20~30대 젊은 세대는 다양한 매체와 서비스로 공영방송을 멀리하게 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런 상황을 한층 심화했다.

여기에 글로벌 플랫폼 파워가 TV플랫폼의 최전방과 중심으로 돼 가면서 공영방송이 서 있을 곳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BBC를 제외하면 어느 공영방송도 '필수품' 성격을 띠지 못하게 됐다.

글로벌 플랫폼 개인화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광고시장에서도 이제는 전통의 매스 광고 가치가 하락했고, 이로 인해 장기 재정의 건전성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미디어 중심이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 가는 변화 속에서 공영방송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새 프레임은 공영방송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공영방송을 넘어 온라인과 방송을 포함한 공영미디어라는 좀 더 넓은 개념에 기초해야 한다.

지난 2003년 오직 TV 방송에 초점을 맞춰서 마지막으로 크게 개정된 공영방송 규제 체계는 시대에 너무 뒤떨어졌다. 공영미디어로의 효과 높은 전환을 지원할 시급한 법과 규제가 정비돼야 한다. 기술 변화에 효과 높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치도 필요하다.

오프컴 보고서 내용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공영방송에 대한 자부심과 기여도에 대한 높은 평가다. 여기에 더해 현재 상황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른바 '빅 디베이트'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서 새 프레임을 통한 규제와 체계를 정비하는 등 공영방송시스템을 장기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도 방송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핵심 과제로 하여 제도 개선으로 지상파 방송사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시대 변화에 걸맞게 규제 완화를 통한 미디어 산업 활성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스몰 스크린이 가져온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도 늦기 전에 빅 디베이트를 통해 정책과 규제 틀을 미래 지향의 장기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