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연구진이 '전천(全天) 적외선 영상분광 우주망원경' 제작에 착수했다. 전 우주를 다양한 색깔로 관측할 수 있수 있는 망원경으로 세계 첫 시도다. 우주탄생과 적외선 우주배경복사 등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천문연구원이 미국항공우주국(NASA_ 제트추진연구소(JPL)과,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과 공동으로 우주망원경 'SPHEREx' 제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SPHEREx는 전체 하늘에 대한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를 위한 우주망원경으로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상분광은 넓은 영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영상관측(Imaging)'과 개별 천체의 파장에 따른 밝기의 변화를 측정하는 '분광관측(Spectroscopy)'을 통합한 기술이다. 천문연은 자체개발한 선형분광필터 기반 영상분광기술을 제공한다.
지상에서는 지구 대기에 의한 손실 때문에 관측이 어려운 적외선 천체를 관측할 수 있고 영상분광 기술을 적용해 전 우주를 102개 색깔로 관측할 수 있다.
SPHEREx는 2024년 태양동기궤도로 발사돼 약 2년 6개월 동안 4회 이상의 전천 분광 탐사 임무를 수행한다. 전 우주에 존재하는 약 20억개 천체의 전천 분광 목록을 작성한다. 관측영상과 각 천체의 방출 스펙트럼을 재구성하면 우주의 3차원 공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빅뱅 직후 우주 급팽창에 의한 우주생성 이론과 은하 형성 및 진화의 정보를 담은 적외선 우주배경복사의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하와 우주에 얼음상태로 존재하는 물과 이산화탄소 등의 분포 지도를 작성, 지구와 같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계 탐사 연구에 새 전기가 마련된다.
천문연은 2016년 Caltech과의 국제공동연구 기획을 바탕으로 NASA에 SPHEREx 개발을 제안했다. NASA는 2019년 2월 제안서를 선정하고 지난해 10월 예비설계 결과를 평가, 이날 최종 승인을 발표했다.
SPHEREx의 제작·운용에는 주관기관인 Caltech을 포함하여 NASA JPL, Ball Aerospace 등 12개의 기관이 참여한다. 천문연은 유일한 해외 기관이다.
천문연은 망원경의 우주환경시험에 사용될 극저온 진공 챔버 개발과 테스트를 주도한다. 관측자료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및 핵심 과학연구 등에도 참여한다.
Caltech은 적외선 관측기기와 자료처리 파이프라인을 개발한다. NASA JPL은 미션운영과 탑재체 개발 조립, Ball Aerospace는 위성체 제작을 맡는다.
NASA JPL의 앨런 파링턴 박사는 “영화사에서 흑백 영화에서 컬러 영화로 전환된 시기의 촬영기법처럼 SPHEREx의 전천 우주 영상분광 관측은 천체물리 역사에 한 획을 그을 획기적 시도”라고 평가했다.
한국측 연구책임자인 천문연 정웅섭 박사는 “과거 차세대 소형위성 1호 과학탑재체인 NISS의 독자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SPHEREx 공동개발에 유일한 국제 연구기관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영상분광 관측기술은 이번 SPHEREx 우주망원경 개발뿐 아니라, 자원탐사, 기후 및 자연재해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라며 “미래 우주개발을 선도할 수 있는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