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기의 디지털경제] 디지털경제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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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미국·영국 등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수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실업 확대, 경제활동 위축 등으로 인류에게 큰 고통을 준 코로나19 위협에서 새해에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을 띨까. 역사를 뒤돌아보면 1920년대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이 종식될 때 미국 대통령 워런 하딩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정책 목표로 제시했고, 실제 인류는 스페인 독감 이전의 삶으로 복귀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서양의 격언이 있지만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 이후 삶은 스페인 독감 때와 달리 이전의 삶과는 크게 다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왜 그럴까. 스페인 독감이 종식된 후 인류는 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하기 위해서는 직장으로 나가야 했고, 영화나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극장에 가야만 했다. 음식이나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상점이나 백화점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쿠팡·아마존에서 물건을 사고, 배달의민족·도어대시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웨이브·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보고, 줌·스카이프를 통해 영상회의를 했다. 코세라, 에덱스와 같은 온라인대중공개강좌(MOOK)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교육도 이뤄지고 있었다. 디지털 플랫폼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디지털 서비스 소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디지털 전환 속도를 더 빠르게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미국에서만 앞으로 5년 동안 상점 10만개가 문을 닫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숫자는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문을 닫은 상점 수의 3배를 넘는다. 디지털 경제가 전통경제를 압도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965년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가 18개월마다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무어의 법칙을 발표한 이후 놀랍게도 50년이 넘는 기간에 컴퓨터의 연산 능력은 무어의 법칙대로 확대해 왔고,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연산 능력은 1970년대 슈퍼컴퓨터보다 100만배 이상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과거 전통경제에 적용되는 '수확체감 법칙'과는 다른 '수확체증 법칙'이 적용되는 디지털 경제 도래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렀다.

그리고 코로나19는 디지털 경제 전면 확산의 마지막 장애물이던 인류의 디지털 기술에 대한 태도를 바꿔 놓았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플랫폼 서비스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이용하게 했고, 디지털 서비스의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에게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도록 했다.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신작 영화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고, 노년층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일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의 효용성에 대해 새롭게 평가했고, 이것은 앞으로 근무 형태뿐만 아니라 고용정책에도 큰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디지털 전환이 더욱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응한 국가 정책, 기업 전략, 개인 디지털 기술 활용 수준은 앞으로 국가·기업·개인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

필자소개: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은 1988년 옛 체신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경제정책위원회 의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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