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와 통신사 1호 핀테크 합작법인인 핀크가 자산관리 서비스 중단을 소비자에게 고지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발목이 잡힌 결과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핀크는 통합조회 서비스 중단을 고지했다. 통합조회는 물론 소비 히스토리, 정기결제 알림 서비스, 습관 저금 서비스 등을 모두 중단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라이선스가 없으면 다음달 5일부터 유관 서비스를 개시할 경우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핀크를 필두로 하나은행, 하나카드 등 하나금융 계열사와 삼성카드 역시 본사 귀책이 아닌 최대주주 문제로 줄줄이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업자 심사 유보 통지를 받은 카카오페이와 토스(비바리퍼블리카)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삼성카드, 경남은행, 하나은행, 하나카드, 하나금융투자, 핀크 등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허가 신청서를 낸 6개 기업을 심사에서 제외했다. 이는 최근 개정된 신용정보업 감독 규정을 적용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조항은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대주주가 형사소송이나 제재 절차를 밟고 있으면 그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심사에서 제외된다는 게 골자다. 해당 기업 유책 사유가 없어도 대주주가 소송 중이거나 징계를 받으면, 해당 기업도 사업 라이선스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규제를 당장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법 개정 사항이라 금융당국도 조속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핀크는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민간 합작 핀테크 1호사다.
핀크는 2015년 금융사 핀테크 출자를 허용한 유권 해석을 통해 설립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과 핀테크사간 갈등의 골이 깊은 펌뱅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픈뱅킹 도입을 협의했다. 하지만 은행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다. 결국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을 불러모아 은행이 오픈뱅킹 도입에 협조해 준다면, 금융사가 핀테크 자회사 설립과 출자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만든 핀테크 합작법인이 아이러니하게 금융당국의 법 개정으로 인해 서비스에 대대적인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금융상품 중개를 통한 포용적 금융을 기업철학으로 삼고 있는 핀크는 330만명의 고객을 확보해 무제한 무료송금, 대안신용평가 모델인 T스코어, 번개대출 등 다양한 포용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핀테크 업계도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작심 비판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어떤 핀테크 사업도 할 수 없는 생태계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서비스도 새로운 ICT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보다 더 편리하고 쉽게 제공하자는 핀테크 취지와 달리 일부 규제의 틀은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과 관의 줄탁동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토스 등 대형 빅테크 기업도 다음달까지 대주주 요건 가이드라인을 맞추지 못할 경우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중단되면, 다음달 5일 적용되는 데이터전송요구권 준비에도 큰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신용정보 제공자)뿐 아니라 전자금융업자, 공공기관, 신용정보 관리회사는 데이터 전송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시행 한달이 채 남지 않았지만 데이터 전송요구 인프라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금융사 외에 거의 전무하다. 특히 소비자 접점에 있는 빅테크기업이 심사에서 제외돼 데이터전송 요구에도 적시 대응이 불가능해졌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