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성공 여부는 인공지능(AI) 등 주요 기술의 핵심 인재 확보에 달려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화두다. 4차 산업혁명 진전과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비대면 서비스 확산은 전 산업에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은 필수가 됐고,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 핵심기술로 AI를 꼽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소매, 운송·물류, 자동차 등 전통산업과 비즈니스에 AI를 접목할 경우 연간 최대 5조8000억달러 규모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산업에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AI가 주요 기술로 적용되면서 관련 기술 및 인재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AI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AI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 과정에 AI가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고 학습 방법도 바뀌고 있다. 단순 암기식 교육이 아닌 창의와 융합, 문제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교육으로 전환이다.
◇앞서나가는 미국·중국
세계 각국은 AI 인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인재 확보 전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다. 이른바 '공룡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고급인재를 경쟁적으로 영입한 결과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국제무역연구원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자료에 따르면 세계 AI 인력은 2017년 말 기준 20만4575명이다. 이 가운데 미국이 2만8536명으로 13.9%를 차지하고, 중국은 그 다음으로 1만8232명, 8.9%에 달한다. 한국은 2664명으로 조사대상 15개국에선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1월 정세균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알리바바의 데이터 분석 인력 규모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와 (비교해도) 차이가 날 정도로 심각하다”며 AI 등 고급인재 부족 문제를 털어놓기도 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도 “데이터도, 데이터를 분석할 장비도 많지만 데이터를 이해하고 가공하고 분석해 적용할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AI 인재 양성을 위해 연방 정부 차원에선 선도적 AI 연구개발(R&D) 및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등에 투자하고 있다. 산학협력 활동도 강화했다. 중국은 해외 고급인재를 유치하는 '천인계획' 프로젝트를 통해 일찌감치 고급두뇌 학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국가 차원의 AI 고급인재 육성계획은 물론이고 자국 내 초·중·고 교과과정에 AI 관련 과목을 개설해 AI 인재 양성에도 나섰다.
◇한국 정부, 디지털 인재 양성 체계 마련
우리나라 정부도 2025년까지 디지털·그린 뉴딜을 선도할 인재 30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AI와 소프트웨어(SW), 미래기술 분야 핵심 인재를 집중 육성한다. 프로그램 코딩을 하거나 데이터를 분석·가공하는 전문가만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AI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고급인재부터 미래세대 양성을 위한 교원양성체계까지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5년에 시작된 SW중심대학 사업도 AI 인재 양성을 위한 방식으로 고도화된다. 지난 5년간 1만7485명 SW전공인력과 1만명에 가까운 융합인력을 양성했다. 앞으로는 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신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타 대학이나 AI대학원 등 대학원과 연계, 성과공유도 강화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분야 석·박사급 인재 양성을 위해 2019년부터 AI대학원을 지원하고 있다. AI대학원은 흩어져 있던 AI 전문가를 결집시키고, 인재양성에서 한발 나아가 AI 산학협력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려면 교육 내용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학습 방법과 교육 주체인 교사도 바뀐다. 교육부는 38개 교육대학원을 통해 매년 1000명씩, 향후 5년간 총 5000명의 교사를 'AI 전문교사'로 육성한다. 초중등 과정의 현장 교사가 참여해 교과목을 AI와 결합할 수 있는 방안과 AI를 교수학습방법이나 평가 방면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다.
정제영 AI융합교육연구·지원센터장(이화여대 교수)는 “교육 내용 전반이 미래 디지털사회 인재들에게 필요로 하는 내용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무엇을 가르치냐 어떻게 배워야 하느냐를 중심으로 현장 교사도 변화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AI전공 신설·문제해결 중심 교육 전환
1980년대 AI연구로 유명했던 한스 모라벡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지능 검사나 체스에서 성인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는 컴퓨터를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쉬우나 어린아이의 지각이나 감각운동 능력을 갖춘 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컴퓨터에 쉽고, 컴퓨터에 쉬운 일은 인간에게 어렵다라는 의미”라며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패턴화된 예측을 하는 것은 컴퓨터가 더 잘 하기 때문에 인간은 컴퓨터가 하기 어려운 일, 곧 창의력 기반 지식 융합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급 인재양성 요람인 대학부터 달라진다. 주요 대학은 학부와 대학원에 AI 전공을 신설하거나 서울대 등은 R&D 연구기관을 설립했다. AI학과는 컴퓨터·SW 지식을 기반으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함양이 핵심이다.
AI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도 줄 잇는다.
서울과학기술대는 새해에 AI응용학과를 신설하면서 4년 전액 장학, 대학원까지 진학할 경우 최대 9년간 지원하는 장학제도를 내놓았다. AI 전문 인재가 미래 사회를 주도할 것이라는 비전 아래 학·석사 연계 과정 및 심층 연구에도 지원할 계획이다.
박종열 서울과기대 AI응용학과 학과장은 “AI교육은 알고리즘을 가지고 문제해결을 어떻게 하느냐를 프로젝트 기반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해외에선 '교육 4.0'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면서 “교육 콘텐츠는 물론이고 교육하는 방법도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과기대는 학부 차원에서도 기업 인턴십을 적극 실시하고 연구실과 손잡고 프로젝트 연구를 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