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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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재영 / 라이프앤페이지 펴냄

한국 사회의 오랜 화두는 '집'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집을 부동산적 가치, 재테크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단순한 관점은 집이 사회적 의미와 상징으로 복잡하게 얽힌 배경이자, 정서적 기억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망각케 한다. 장소와 공간으로서의 집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 책은 전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으로 국내 논픽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하재영 작가가 집에 관한 에세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일생에 걸쳐 지나온 집과 방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자신이 겪어온 집을 소개한다. 자신이 경험한 시절의 집과 함께 한국 현대사를 맞물려 표현한다. 그는 유년시절을 보낸 대구의 적산가옥촌, '대구의 강남'이라 불렸던 수성구의 고급 빌라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점점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던 기억을 꺼냈다. 또 20대 서울 상경 후 살았던 강북의 아홉 개 방과 신림동 원룸, 재개발이 빗겨간 금호동 다가구주택, 30대 진정한 독립을 이룬 행신동 투룸, 정발산의 신혼집, 북한산 자락 아래 구기동에서 오래된 빌라를 수리하고 안착하는 내용을 풀어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가족과 집, 여성과 집, 자아의 독립과 집, 계급과 집 등 다층적이고도 본질적인 집의 의미와 가치를 유연하게 탐험해 나간다. 저자는 집을 통해 한 여성의 성장기를 기록했다. 저자가 '자기만의 방', 온전한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은 이 책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이다. 그것은 어머니 세대로 대표되는 여성들이 감내해야 했던 삶으로부터 출발한다.

유년시절 할아버지, 할머니, 세 삼촌을 포함한 대가족의 살림을 홀로 전담한 그의 엄마는 집에서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며느리-아내-엄마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조차 불리지 못했음을 저자는 가슴 아프게 깨닫는다.

이 깨달음은 '자기만의 방'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그에게 있어 '자기만의 방'이란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 대한 욕망이 아닌, '나 자신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다. 단순히 서재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공간에서 '나의 서사를 나의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됨으로써 '나만의 자리'를 향한 오랜 애착은 마침내 답을 찾은 듯 보인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정확한 문장들과 만나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집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오래도록 미뤄두었던 질문을 마침내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하재영 소개

2006년 계간 '아시아'에 단편소설을 '달팽이들'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2009년 서울문화재단 '젊은예술가지원금'을 받았다. 두 권의 소설책을 출간했다. 2013년 동물단체 '팅커벨 프로젝트'에서 활동하면서 동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2018년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2020년 어린이를 위한 동물권 책 '운동화 신은 우탄이'를 출간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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