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드론 산업 후발주자로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가운데 수소드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컨슈머 드론 시장을 놓쳤으나 장시간 비행이 필요한 커머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이노베이션모빌리티(DMI)가 수소드론 포트폴리오를 적극 확대하고 있고, 현대차그룹도 수소연료 기반 도심형항공모빌리티(UAM)를 개발하고 있다.
수소드론은 장시간 비행이 가능한 게 장점으로 꼽힌다. 배터리 드론은 30분 이상 비행하는 게 쉽지 않다. 수소드론의 경우엔 에너지 밀도가 3~4배 높아 커머셜 시장에선 경쟁력이 있다. △중장거리 물류배송 △교통 모니터링 △산림관리 △인프라 점검 △수색 및 구조 △ UAM 등 장시간 비행이 요구되는 분야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2016년 설립된 ㈜두산 자회사 DMI는 지난해 10월 드론용 수소연료 전지팩 'DP30' 양산에 성공한 기업이다. DP30 기반 수소드론 'DS30'도 함께 선보였다. 최대 40㎞ 거리를 왕복 비행을 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으며 '2020 CES 최고혁신상'을 받는 등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포트폴리오도 확대하고 있다. 방수를 지원하는 상업용 드론 'DT30'을 출시한 데 이어 고정익 수소드론 'DJ25'를 이달 출시하고, 내년 3월 말에는 DS30 개선품인 'DS30 W'를 선보일 계획이다.
DMI는 장거리 비행을 강점으로 내세워 이미 여러 수소드론 활용 사례도 쌓았다.
수소드론 'DS30'은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가 주관한 70㎞ 거리 섬과 섬 사이 응급 구호 물품 배송에 성공했다. 제주도에서도 부속섬 3개에 마스크 1200개를 배송하기 위해 약 40㎞에 달하는 거리를 왕복했다.
100㎽급 해남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에선 8회 비행만으로 불량 패널 점검을 끝냈다. 정확도는 98%를 기록했다. 드론에 열화상 카메라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솔루션을 접목한 결과다.
국립축산과학원과 농산물 모니터링에도 활용했다. 드론에 장착된 다중분광 센서로 농작물 상태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1회 비행만으로 약 3만평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바다에 빠진 낚시객을 구조하는 비행 시연에 성공했다. 해안가를 따라 사고 현장 주변을 신속히 수색하고 정밀 낙하기술을 활용해 구명 튜브를 투하했다. 경찰은 수소드론이 파악한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구조대를 급파했다.
현대차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UAM을 개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도로 출범한 UAM 민관협의체에 한화시스템, SK텔레콤, 대한항공,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는 95㎾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여러 개 묶어 UAM 비행에 필요한 동력을 공급한다. 출력 밀도를 현재 2세대 연료전지의 3배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는 도요타와 세계 수소연료전지 시장 양강 기업으로 꼽히는 만큼 상용화 기대감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드론은 배터리 드론 대비 장시간 비행이 필요한 산업 및 농업 분야에서 강점은 있다”며 “이미 해외 업체가 장악한 컨슈머 시장보다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커머셜 시장 공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