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매출 30조원 청사진 제시
전기차 화재 사고 원인 규명부터
경쟁사와 소송전·직원 사기진작
해법 찾아야 신설법인 조기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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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1일 공식 출범하면서 김종현 초대 사장 행보에 이목이 집중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업계 최초의 배터리 전문 단독 법인이다. 김 사장은 분사 전 LG화학을 글로벌 배터리 선두업체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신설 법인 초대 수장을 맡았다. 하지만 김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 사장 리더십과 행보에 따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국내 배터리 산업의 명운도 결정될 전망이다.

김종현 사장은 1일 LG에너지솔루션 초대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되면서 LG 배터리 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 사장은 올해 매출 13조원을 넘어 2024년 30조원 이상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배터리셀, 팩 제조 및 판매뿐 아니라 배터리 케어, 리스, 충전, 재사용 등 배터리 생애 전반에 걸쳐 세계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최고 기술과 품질로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겠다”면서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모두가 자긍심을 느끼며 모두에게 최고 가치를 주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 1984년 LG생활건강 입사 후 1999년 LG화학에 합류, 배터리 사업 분야에서 20년 이상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특히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초기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신규 수주를 따내며 LG 배터리를 세계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김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배터리 화재 원인 규명과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 등이다.

김 사장은 우선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완성차들과 함께 전기차 화재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 제품은 파우치형 배터리다. 그런데 니켈 함량 60% 이상의 파우치 배터리를 탑재한 GM 볼트와 현대차 코나 전기차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터리가 화재 원인이 아니란 점을 명확히 밝혀야 논란을 종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출한 코나 리콜 보고서에서 현대차 코나의 화재 원인 관련 문구를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오류'와 '배터리 문제' 가운데 BMS 오류 문구를 삭제했다. 코나에 탑재된 BMS는 현대차에서 설계하고 현대케피코에서 생산한다.

LG에너지솔루션 내부에서는 현대차가 배터리를 문제 삼을 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태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 임원이 만나 리콜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는 점도 숙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0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LG화학이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로 유리한 입장이지만 소송전이 장기화할수록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막대한 소송 비용과 오랜 법정 공방에 따른 여론 피로감 등으로 막판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사장으로선 새로운 조직으로 이동할 직원들에게 활력도 불어넣어야 한다. 김 사장은 글로벌 관점에서 직원들이 성장하고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체계를 구축하고, 일하는 방식 개선도 강하게 추진한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창립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김종현 사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또 배터리 미래 기술 개발을 이끌 인사로 정근창 배터리 연구소장(부사장)과 김수령 품질센터장(부사장)을 내정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