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즐길 때 나타나는 멀미를 분석,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은 26일, AI 기술을 기반으로 VR 멀미 정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ETRI는 500명 이상 사용자로부터 실험 데이터를 얻어 VR 요소들과 멀미 간 상관성을 도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ETRI의 '휴먼팩터 기반 VR 멀미 분석 및 모니터링 도구'는 사용자로부터 생체신호 정보를 얻어 AI로 VR 멀미를 예측하는 학습엔진 SW다. VR 멀미 유발 유형을 바이오마커 패턴 관찰로 분석한다.
이 기술은 개인 휴대형 생체신호 장비와 연동돼 심리·정신 분석을 위한 SW로 헬스케어 분야에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메딕션사의 VR 기반 알코올 중독 치료기인 '메딕션-S'에 탑재돼 의료기기 허가·심사를 추진 중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또 다른 기술인 'VR 멀미 저감용 콘텐츠 저작 도구'를 활용하면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VR 요소들을 실시간 조절 가능해 간편하게 멀미를 줄일 수 있다.
기존에는 VR 콘텐츠를 개발 시 중간 검증을 반복하며 멀미에 영향을 끼칠만한 요소들을 수작업으로 조정했다. 주관적으로 수정을 해야 하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 도구는 레벨 1~5까지 정량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콘텐츠를 조정할 수 있다. 일반적인 게임 개발 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상용 유니티(Unity) 게임엔진 프로그램과도 쉽게 호환된다.
이 기술을 적용한 상용 VR 게임도 출시됐다.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한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 VR 인베이전'은 연구진의 VR 멀미 저감용 콘텐츠 저작도구를 적용해 게임 플레이상 멀미를 대폭 저감하고 2019년부터 국내외 시장에 서비스 중이다.
연구진은 아울러, 체감형 VR 장치에서 VR 멀미도를 분석 및 저감할 수 있는 VR 휴먼팩터 기반 모션데이터 편집 도구도 개발했다. 탑승형 체감 놀이기구에 적용되거나 VR 멀미 및 안전성 분석에 활용될 예정이다.
손욱호 ETRI CG/비전연구실 박사는“세계 최초로 개발한 VR 멀미 분석 및 예측 기술을 활용해 고난도 작업 훈련, 정신질환 치료, 의료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로 상용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ETRI는 VR 기술 관련 국제표준 제정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IEEE 국제표준화 기구(SA) 산하 워킹그룹에 에디터로 참여하며 관련 작업을 주도한 결과, 현재 국제표준안이 최종 승인을 받았으며 내년 초에 공표될 예정이다. ETRI는 이번 국제표준 제정 기술의 핵심 기초 데이터인 VR 멀미 임상실험 데이터베이스를 IEEE를 통해 국제적으로 공개하고 개발된 VR 멀미 예측 모듈도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KoVRA)를 통해 실행파일 형태로 공개하면서 VR 연구 생태계 발전을 위해 공헌할 예정이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