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개월 전이다. “암호화폐, 투자해도 돼요?”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을 썼다. 그날 비트코인 종가는 1280만원대였다. 23일 오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000만원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상자산업계를 취재하는 입장에서도 아찔한 상승폭이다.

지금 당장 적금을 깨고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해야 할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오늘까지 오른 비트코인이 정점을 찍고 다시 내리막을 탈 지 모를 일이다. 비트코인 가치가 어디까지 상승할지 가늠할 수 있는 적정 가치를 산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이제는 가상자산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판도가 바뀌었다. 개인투자자가 달려들던 2017년, 2018년의 고점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관투자가가 본격 개입하기 시작했다. 여전한 논란에도 가상자산은 '사기'라는 프레임에서 한발 비켜설 때가 된 것이다.

아쉬운 것은 아직 걸음마 수준의 기반 제도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다시 몰려드는 상황에서 국내 제도 수준은 급변을 반영하기엔 허약한 실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내년 3월 시작된다. 당국 내 부정 기류 속에서 도출한 수확이다. 특금법은 업권법이 아닌 규제법이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뒷받침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국내에서도 앞으로 더 많은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가 달려들 것이다. 이들을 보호할 수단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사실상 전무하다. 스캠(사기) 코인 판매, 의도적 가격 부양 후 상장 폐지 등 부작용은 여전하다. 가상자산 시장이 달아오를수록 피해 사례는 덩달아 늘어날 것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상장 심사 강화, 투자자 보호, 컴플라이언스 강화 등 관련 규정의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업권법이 먼저 갖춰지지 않는 이상 제도를 새로 만들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제도상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 늦으면 기차를 영영 놓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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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