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는 올해 벌어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감염 확산 폭을 줄이는 데 공을 세웠다.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역학조사지원 시스템은 최대한 빨리 확진자 동선을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확산을 막았다. 삶을 편하고 안전하게 바꾸는 스마트시티가 우리의 정상적인 일상을 빼앗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효과를 입증했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스마트시티와 데이터 처리 과정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동시에 스마트시티 활성화와 정착을 위해서는 사회 각 주체들의 협업이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학조사지원 시스템 개발 과정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확보하고 실제 적용해 보는 과정에서 부처 간 협업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으로 인해 모두가 함께 돕는다는 마음이 있어 가능했다. 부처 이기주의가 앞선다면 아무리 뛰어난 스마트시티 기술이라도 제 역할을 못한다.

역학조사지원 시스템은 정부 내에서도 혁신과 협업 우수 행정 사례로 꼽힌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0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코로나19 역학조사지원 시스템'이 행안부 장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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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걸리던 역학조사를 1시간 이내로

코로나19 역학조사지원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감염병 확산에 대응한 사례다. 국토교통부가 별도의 외신 기자회견을 마련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관은 면담을 통해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고 여기에 신용카드 정보, 이동통신 기지국 정보 등을 취합해 동선을 완성한다. 감염경로를 분석하고 동선에서 추가 접촉자와 감염 우려 지역을 파악하는 데 3일 정도 걸렸다. 확진자 면담 후 공문으로 관계기관에 정보 요청을 보낸 후 28개 기관과 유선협의를 하고 관련 정보를 다시 공문으로 회신 받아 위치정보를 수기 분석했다.

공문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지연되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 사이 접촉자들은 본인의 감염 가능성도 모른 채 사회생활을 했다. 확진자의 동선 파악 시간을 줄이는 것은 그 자체로 감염병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국토부와 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 연구개발(R&D) 사업단은 3일 이상 걸리던 역학조사를 1시간 이내로 단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역학조사를 위해 28개 기관이 진행하던 수기방식을 자동화했다. 시스템은 정보수집을 기존 2∼3일에서 30분 이내로, 정보분석은 기존 24시간에서 10분 이내로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전체 사흘 넘게 걸리던 작업을 1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뿐만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개인 정보 관리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오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개인정보 보호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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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지원시스템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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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된 시스템으로 확진자 이동동선을 분석한 결과. 자료=국토교통부>

시스템은 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 R&D 사업을 하며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위치정보와 결제 내역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이터 허브를 만들고 이를 통해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R&D 사업의 요지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시스템은 코로나19로 실증이 지연되면서 만들어졌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대구에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센터를 구축해 실증을 했어야 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대책회의를 하던 도중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시스템으로 실증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참여기관과 기업은 머리를 맞대고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자동화하는 방안을 도출했다. 사업단은 국토부에 이를 제안하고 국토부는 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 이뤄지게 됐다. 개발팀은 곧바로 개발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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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지원시스템 개념도>

◇스마트시티 기술과 협업이 만들어낸 성과

다행히 사업단이 지난해 12월 개발한 스마트시티 데이터 분석기술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연구진도 기존 연구일정을 변경해 짧은 시간에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조대연 사업단장을 필두로 세종대로 자리를 옮긴 김재호 KETI 박사 연구팀과 엔투엠, 파인시앤아이, 디토닉 등의 민간기업의 연구팀이 원팀이 되어 2주만에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2월 27일 질본과 협의 후 시스템까지 개발한 것이 3월 15일이다. 열흘간 시범운영을 거쳐 그달 26일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국토부·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해 기관과 기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개발에 매달려 한 달 만에 정식 운영을 할 수 있었다.

시스템을 개발한 전자부품연구원과 대책회의를 하며 아이디어를 도출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부처 협업을 이끌어낸 국토부를 포함해 33개 기업과 8개 정부부처·공공기관이 협업한 합작품이다. 8개 정보통신기술(ICT) 중소기업이 개발에 참여했으며 3개 통신사, 22개 신용카드사가 이에 맞춰 자체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운영을 지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사 정보 제공을 위해 힘썼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사 정보제공을 위해 나섰다. 경찰청은 비상상황 절차를 간소화하고 감사원이 개인정보 활용체계를 검토했다. 국가정보원도 나서 보안 검토에 협력했다.

감염병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스마트시티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과 기관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원호 국토부 사무관은 “모든 의사결정과 진행은 유례없이 신속했다”면서 “7개 부처 공무원과 33개 민간 기업인은 하나같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알아서 해줄테니 국토부는 빨리 시스템을 개발해 질병관리본부를 지원해달라'며 협조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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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시스템 연구지들의 개발 현장. 사진=국토교통부>

◇미세먼지, 폭염에도 대응 가능

역학조사지원 시스템은 스마트시티 기술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데이터 허브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고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 것이다. 향후 데이터 기반 도시관리의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 R&D 사업은 국토부와 과기정통부가 2018년부터 총 1159억원을 투입해 2022년까지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올해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실증을 한다. 대구와 경기도 시흥시가 실증 지역으로 선정됐다. 실증도시로 선정된 지자체는 예산 지원 및 연구기관 기술협업을 통해 혁신성장에 적합한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 모델을 구축하고, 각종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연계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R&D 사업단은 미세먼지와 폭염·폭설 등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확장할 계획이다. 사업단은 그동안 개발한 데이터허브 플랫폼을 활용해 대구시와 시흥시에서 교통·안전·에너지·환경·생활복지·행정 등 6개 분야 23개 도시서비스를 실증하고 있다. 내년 말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대구에서는 교통·안전·도시행정 등 도시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 해결을 위해 실증한다. 스마트 모빌리티 활성화(교통), 사고범죄 긴급구난 대응(안전), 재난 조기경보 대응(도시행정) 등을 추진한다. CCTV와 빅데이터를 실시간 교통제어, 소음문제 해결, 전기차 도입 등에도 활용한다. 시흥시는 중소규모 도시로서 새로운 산업을 스마트시티에 적용하기 위한 리빙랩을 추진한다.

연구개발 사업을 거쳐 국토부는 데이터허브 플랫폼을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와 전국 도시에 순차적으로 확산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최임락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새로운 도시관리 모델이 정립되면 우리의 도시관리 수준이 획기적인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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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 R&D 사업 개요.>

공동기획:스마트도시협회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