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재활의료 기기가 규제샌드박스에 선정됐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뇌경색 후유증으로 재활을 받는 아버지에게 해 드리고 싶어서 백방으로 알아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불법이라고 하네요.”

독자로부터 받은 연락이다. 한 기업이 신청한 홈 재활 훈련기기와 서비스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과하면서 국내에서도 원격 재활치료가 가능해졌다는 기사를 보고 병원에 알아봤지만 이용할 수 없다는 사연이다.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과한 것은 지난 6월이다. 사용성 평가 등 후속 행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는 돼야 실제 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홈 재활 분야 실증특례가 적용된 것이 처음이다. 아직 검증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해외에선 상황이 다르다. 장갑처럼 생긴 기기를 착용하고 재활치료사 지시에 따라 원격으로 재활 훈련을 받는 장면 등 원격의료가 허용된 미국에서는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환자가 재활 훈련을 받으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원격의료가 국내에서는 의료법에 의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한시적으로 전화진료와 처방을 허용하면서 환자의 불편이 많이 해소되고 있다. 그럼에도 원격의료 제도화는 의료계 반대에 부닥쳐서 요원한 상황이다. 진료와 처방이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이뤄지는 원격진료는 아직 의견 대립이 첨예한 분야다. 재활의료는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다.

원격 재활의료에 대한 환자 수요는 많다. 독자 사례도 뇌경색 후유증으로 반신이 불편하다 보니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인다고 한다.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가 줄고, 재활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병원 출입은 어려워졌다. 보건의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비, 통원 시간, 신체 거동 불편 등 이유로 재활치료를 한 번도 받지 못한 환자 비율이 약 85.9%에 이른다.


원격 재활의료 시행이 주는 기대감은 예상외로 크다. 거동이 어려운 뇌졸중·척수손상·뇌성마비 환자들이 굳이 병원이나 재활치료센터에 가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스스로 관절 운동, 인지기능 향상 운동 등 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 고령자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 대한 훈련 접근성 확대 효과가 크다. 이미 관련 제품이 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 인프라도 충분하다. 이를 따라 주는 법과 제도가 아쉬운 시점이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