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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배터리 강국이다. 기술과 제조 능력에서 세계 선두권이다. 시장 점유율과 기술 경쟁력에서 최고다. 최근에도 삼성과 LG는 배터리 기술 관련 글로벌 특허 출원 순위에서 각각 1위, 3위를 기록했다. 유럽특허청(EPO)과 국제에너지기구(IEA)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0~2018년 삼성은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총 4787건의 특허를 출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일본 파나소닉이 4046건을 출원해 2위, LG가 총 2999건으로 3위를 각각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은 2000∼2018년 전체 배터리 기술특허 가운데 17.4%를 차지, 일본에 이어 2위였다. 한국이 기술력 측면에서 세계 수위라는 사실이 다시 입증됐다.

그래도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전기차업체의 '내재화' 트렌드 때문이다. 테슬라는 여전히 자체 배터리 생산을 저울질하고 있다. 다행히 22일(현지시각)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자체 물량보다는 외부에서 구매 물량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자체 배터리 생산, 배터리 신기술 발표 등 여러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당분간 배터리 원가 절감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한국 업체에는 분명 호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내재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외신들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2022년 이후 자체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전기차 업체도 자체 배터리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다.

전기차 경쟁력은 동력장치가 생명이라고 말할 정도로 배터리가 핵심이다. 완성차 업체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물론 자체 배터리 기술력은 전문 업체에 비해 뒤떨어진다. 그 대신 배터리 운영 능력과 노하우 면에서는 훨씬 앞서 있다. 전기차 사용 경험을 기반으로 전문 업체 못지않게 배터리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경험치가 충분해 디자인에서 설계까지 가장 효율 높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나머지는 전문 생산 업체에 맡기면 된다. 대비해야 한다. 전기차 업체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비교 우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력만 믿고 있다가 자칫 전기차 업체로부터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