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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가 영국 런던에 상경한 이후 유럽에 페스트가 대유행하자 사람들은 집에서 지내게 된다. 극장도 줄줄이 폐쇄돼 연극배우로 있던 셰익스피어도 설 무대가 사라졌다. 그러나 '방콕'하면서 확보된 그 많은 시간을 절호의 기회로 삼아 창작에 몰두한 결과 유명한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등이 탄생한다. 당시 페스트가 창궐하지 않고 극장이 폐쇄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런 불후의 명작을 접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중국에서 사마천은 흉노에게 투항한 이릉 장군을 변호하다 한 무제의 노여움을 사서 당시 남자로서 가장 치욕스러운 처벌인 궁형을 당하고 투옥된다. 그러나 사마천은 옥중에서 확보된 많은 시간을 소중한 기회로 삼아 부친 사마담의 유언인 '사기 완성'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결과 마침내 세계 고전으로 꼽히는 '사기'가 완성된다. 우리나라에서 정도전은 원나라 사신의 마중을 거부한 결과 이인임의 미움을 사게 돼 유배길에 오른다. 유배 생활을 하면서 확보한 많은 시간을 절호의 기회로 삼고 풀뿌리 백성의 삶을 직접 겪으면서 허울 아닌 진정성이 담보된 민본사상을 배양하는 한편 맹자의 역성혁명을 근간으로 조선 건국 사상의 기초를 마련하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 속 주인공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역발상의 기지로 자신을 성찰하는 소중한 기회로 반전시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우스갯소리로 부정 의미인 고질병에서 역발상으로 'ㅈ'을 'ㅊ'으로 살짝 바꾸면 긍정의 고칠병이 되고, 빚도 빛이 된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 활동은 위축되고 대면 접촉까지 급감해 코로나 블루(코로나19 우울증), 코로나 레드(코로나19 화병)를 호소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급증하고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에 따르면 우울증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5.8%나 급증했다고 한다. 의료종사자의 경우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4명 가운데 1명이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3명 가운데 1명이 불면증까지 겪고 있는 등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 속 주인공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도 역발상의 기지를 발휘하면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먼저 대면 급감의 위기는 역발상으로 자기계발 시간을 그만큼 더 확보할 소중한 기회가 된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배를 만들고 싶으면 지시하거나 일감을 나눠 주지 말고 넓고 끝도 보이지 않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 주라고 한다. 그동안의 다람쥐 쳇바퀴 같은 직장생활의 타성에서 벗어나 업무 혁신이나 신제품 등 엉뚱한 아이디어를 고안해 보자.

나아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는 오히려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많이, 자주 보낼 절호의 기회이다.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직장생활로 가정에 소홀하지는 않았는가. 우리 인생의 절반은 직장이고 절반은 가정으로, 가정에 충실하면 자연스레 직장생활도 충실해진다는 점에서 가정의 존재감은 간과하기 쉽지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 자신부터 역사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역발상의 기지를 발휘해 보자.

오재인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jioh@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