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조립해 본 적이 있나요? CPU와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 다양한 기업의 부품을 메인보드에 연결해 조립하고, 운용체계(OS)를 설치하면 조립이 끝납니다. 이렇게 완성된 PC는 주기적인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을 높이며 기능을 개선합니다. 필요한 경우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면 손쉽게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죠.
'오픈랜(O-RAN, Open Radio Access Network)'은 PC의 OS와 같이 네트워크 장비운용에 필요한 다양한 SW를 개방형으로 구축하는 기술입니다. 네트워크 운용에 필요한 SW와 하드웨어(HW)를 분리, 이동통신사가 수요에 맞게 맞춤형으로 선택해 운용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오픈랜은 글로벌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진화 핵심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한 세계주요 이통사와 네트워크장비 기업이 오픈랜 기술 상용화에 협력하면서 5G 시대 이동통신망 운용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Q:오픈랜은 무엇인가요?
A:오픈랜의 한국어 명칭은 '개방형 무선 접속망 기술'입니다.
이동통신망은 크게 핵심망(코어망)과 무선접속망(RAN)으로 구분됩니다. 핵심망은 유선 인터넷·전화망과 연결되고 전체 망을 총괄하는 역할이라면 RAN은 코어망과 연결돼 수많은 기지국과 기지국 제어를 위해 필요한 장비를 연결하는 역할입니다.
오픈랜은 이 RAN 구간을 개방형으로 구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픈랜 1차 과제는 안테나로 스마트폰에 직접 데이터를 전송하는 원격 기지국장치(RU)와 중앙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분산장치(DU) 구간 연결에 필요한 기술규격을 통일하는 것입니다. '프런트홀'이라고 불리는 구간인데요. 기존에는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등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가 독자적인 규격을 활용했습니다.
오픈랜은 장기적으로는 RAN 구간 전반에 가상화 기술을 적용, 기지국 소프트웨어(SW)와 HW의 완전한 분리를 추진합니다.
Q:오픈랜의 탄생 배경은 무엇인가요?
A:앞서도 언급했듯이 이통사가 특정네트워크 기업에 대한 기술 종속을 탈피하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글로벌 기지국 제조사는 롱텀에벌루션(LTE)을 상용화하면서 DU와 RU 연결 구간에 독자적인 인터페이스를 도입해 같은 장비 기업 제품으로만 사용하게 했습니다. LTE 기지국 구성을 효율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는 하지만 RU와 유사한 역할인 중계기 기업에 위기를 불러오고 이통사의 비용을 증가시켰습니다.
5G 상용화를 계기로 글로벌 이통사 차원에서 네트워크장비 제조사에 대한 종속성을 탈피해야 한다는 논의가 불붙었습니다. 다양한 기업의 HW와 SW를 활용해 더 유연하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운용하고 싶다는 의지도 작용했습니다.
AT&T와 차이나모바일, 도이체텔레콤, NTT도코모, 오렌지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2018년 O-RAN 얼라이언스를 출범합니다.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이통사와 장비기업이 합류해 대세로 부상하게 됩니다.
Q:오픈랜은 어떤 효과를 가져다 주나요?
A:이통사는 PC를 구성하듯이 다양한 HW기업과 SW기업 제품을 자유롭게 선택해 무선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게 됩니다.
프런트홀을 개방형 표준으로 구축하면 이통사는 다양한 제조사 장비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장비 중에 이용자 스마트폰과 직접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RU는 중소기업 기술력도 충분합니다. 중소기업 활성화는 물론이고,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 나아가 오픈랜은 장비간 연결규격 외에 무선 기지국에 탑재되는 SW 전반을 개방형으로 구축하려 합니다. PC에 비유하면 개방형 표준 기반인 리눅스로 OS를 통일하고 HW는 삼성전자, 에릭슨, 화웨이 등이 표준을 준수해 공급하는 것이죠. HW에 구애를 덜 받으며 SW 업그레이드 만으로 기능 개선이 가능해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 적용에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이점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5G 차세대 이통망에서 공급망 전반의 혁신을 불러오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Q:오픈랜 대표주자가 있나요?
A:글로벌시장 오픈랜 대표주자는 단연 O-RAN 얼라이언스입니다. 앞서 언급한 AT&T, 보다폰 등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를 비롯, SK텔레콤과 KT, 삼성전자, KMW, HFR,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O-RAN 얼라이언스는 국제민간표준화기구(3GPP)와 연계해 표준 기술을 개발합니다.
이통사 중에서는 일본 라쿠텐과 미국 디시네트워크가 선두주자입니다. 제4 이동통신사로 출발한 이들은 오픈랜 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줄이고 네트워크를 유연화하면서 시장 역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동통신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 이외에 인터넷 기업이 오픈랜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오픈 랜 펄러시 콜리션(Open RAN Policy Coalition)'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인텔 등이 참여합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텔레콤 인프라 프로젝트(TIP)에도 참여하며 오픈랜 표준화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인터넷 기업의 오픈랜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앞으로 HW에 종속받지 않는 이통망에서 OS 주도권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네트워크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네트워크 SW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윈도 같은 플랫폼이 등장하고, 제조사는 '화이트박스' 형태로 HW를 공급하는 시장이 열릴지 모르겠습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대학생을 위한 '5G 이동통신 첫걸음' 정우기 지음, 복두출판사
대학생 수준에 맞춰 5G 이동통신을 다룬 이론서로, 1G부터 5G까지 이동통신 기술의 역사를 자세히 정리했다. 핵심 이동통신 기술과 각 세대별 망구성 방식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5G 이동통신의 진화 역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5G 이동통신비즈니스' 카메이 타쿠야 지음, 이재광·양지애 번역, DK로드
5G 진화까지 이동통신의 역사와 기술 특성을 소개하고, 5G가 우리의 생활 방식과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조망하고 소개한다. 5G 시대의 생활 방식을 가상의 사례를 적용해 누구나 알기 쉽도록 설명한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5G 현황과 시장 전망을 담은 것도 특징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