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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 넷플릭스를 출시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은 한국 고객을 이해하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지난 2017년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만난 토드 옐린 넷플릭스 부사장은 유독 한국에서만 부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있게 말했다.

당시 가입자가 수만명에 머물러 있던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통신사 제휴에 힘입어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가입자 400만명 이상, 국내 데이터트래픽 2위를 차지하는 국내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됐다.

우리나라 OTT 현실을 생각하며 옐린 부사장과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4년 전만 해도 기회는 있었다. 기업이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더 컸더라면, 정부가 더 일찍 기업의 미디어 규제를 개선하고 예산을 늘렸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최소한 글로벌 OTT의 공습에 대응해서 토종 OTT 1, 2개 정도라도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청와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OTT 정책협의회'를 구성했다. 부처별로 추진하는 OTT 활성화 정책을 점검·조정하며 지원 속도를 높이겠다고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협조 체제가 갖춰진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협의회 출범을 앞두고 부처 간 주도권 다툼 징후가 포착된 것은 아직도 위기감이 부족함을 보여 주는 방증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청와대가 확실한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분명한 권한을 부여, 일사불란하게 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OTT 당사자로부터 의견을 들어 실현 가능성이 농후하고 산업 성장을 지원할 실질 전략을 도출해서 실행해야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