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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많은 회사들이 혁신의 원동력으로 디자인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경영 전략 내지 경영 문화에 젖어 있는 많은 사내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디자인이 새로운 부가가치 실현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알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전략이 디자인 부서의 위상 변화를 조직 전체에 알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최고경영자(CEO)가 디자인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변화했다 하더라도, 곁에서 이러한 CEO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소수의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일선 현장에서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해당 회사는 디자인 관련 부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추가적으로 도입한다. 가장 먼저 디자인 부서를 회사의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독립된 별도 조직으로 구성했다. 사무실 또한 위상에 맞게 배치했다. 과거에는 다른 부서와 함께 한 건물에 위치했던 디자인 부서 인원을 대폭 늘리고 별도의 건물에 디자인 센터라는 이름 아래 배치했다. 새로이 구축된 디자인 센터 건물은 여타 사내의 기술 분야의 부서와 마찬가지로 해당 직원이 아니고서는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보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디자인 역시 여타 엔지니어 부서 못지않게 중요한 회사 자산이자 기밀 사항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켰다. 이는 해외 사무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했다. 미주 법인에도 판매팀과 같은 건물을 사용했는데, 해외 사무실도 디자인 센터를 따로 분리해 별도 사무실을 사용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국내 법인뿐만 아니라 해외법인에서도 회사의 새로운 전략과 부가가치 창출 노력이 디자인을 통해 실현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만들었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선 사원에게 디자인의 중요성과 디자인을 통한 해법을 떠올릴 수 있도록 3만3000명에 달하는 임직원 명함을 모두 교체한 회사도 있다. 물론 새로 바뀐 명함은 이전과 같은 고지식한 형태와 색감이 아니라 디자인적인 요소가 가미된 명함이었다. 바뀐 명함 뒷면에는 다소 선정적일수도 있는 짙은 빨간색으로 'DESIGN'이란 글자가 새겨졌다. 이 역시 단순한 활자가 아니라 호기심을 나타내는 물음표 기호 '?'와 창의성을 뜻하는 전구 등으로 디자인된 형태 로고가 사용됐다.

이 밖에 사내에서 사용하는 소소한 집기인 종이컵, 결재판, 서류철, 봉투, 키홀더 등 직원 사무용품과 이메일 개인 서명 양식, 전산 문서 양식, 보고서 표지 양식에도 모두 디자인 슬로건을 도입했다.

사용하는 사무공간과 매장 역시 빠질 수 없었다. 영업점, 직영 서비스센터, 설문 조사 장소 등 고객과의 주요 접점 장소에 대대적인 인테리어 투자를 했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 역시 본인들이 만드는 제품이 단순히 내구성만을 추구하는 제품이 아니라 심미적인 요소도 중요시해야 하는 제품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수원 프레스 공장 건물은 한쪽 벽면 전체를 해당 회사의 디자인 로고인 물음표로 채워 넣었다.

CEO의 넥타이 색깔마저 예외일 수 없었다. 해당 자동차 회사의 로고 색깔과 동일한 색깔의 넥타이를 매고 세계 곳곳 현장을 누빈 것은 유명한 일화가 됐다.

이러한 전사적인 조치는 회사에서 이전에는 터부시했던 디자인적 요소를 중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디자인 실무자뿐만 아니라 일선에서 고객과 마주하는 영업사원, 물건을 생산하는 생산직 근로자 또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이 바뀌지 않으면 고객이 해당 회사를 인식하는 방식 또한 달라지지 않음을 많은 창업자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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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