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PC방 영업 정지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숙박업소가 PC방 자리를 대신해 특수를 누리고 있다. 모텔에 3대 이상 PC를 놓거나 무HDD, PC방 혜택을 제공하는 영업은 불법이라는 게 관계당국 설명이다.
13일 게임업계와 숙박업계에 따르면 PC방이 멈추자 모텔이 수요를 가져갔다. 일부 모텔을 중심으로 PC방 못지않은 게임 객실을 운영한다. PC를 3대 혹은 5대까지 구비한 객실도 운영한다. 게이밍 헤드셋 등 고급 게이밍 기어를 제공한다. 무HDD 관리 솔루션과 PC방 혜택(일명 지피방)까지 갖춘 곳도 있다.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누워서 쉴 수 있고 먹고 마시고 씻을 수 있어 인기다. 종로, 건대, 신림, 수유, 불광, 잠실, 상봉, 영등포, 천호, 역삼, 신촌 등 서울 대다수 지역에서 성업한다.
서울 권역은 PC방 영업이 중지된 상태라 PC방 수요가 모텔로 몰렸다. 커플과 친구는 물론이고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파티원'을 꾸려 게임을 하기 위해 모텔을 찾는다.
이수연씨는 “성신여대, 대학로 일대에 고사양 PC를 갖춘 객실이 만실”이라며 “평일엔 가격도 저렴하고 흡연도 할 수 있어 PC방보다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PC방 영업이 중지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숙박 애플리케이션(앱) '여기어때'에서 'PC'를 검색한 횟수는 전월 대비 33배 늘었다. 컴퓨터는 9배 늘었고 게임은 11배가 증가했다. 여기어때 등록 모텔 중 20% 안팎인 1800여곳이 게임 전용방을 운영한다. 다른 숙박 앱인 야놀자에서도 '밤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커플 PC 모텔' 특별전을 통해 PC 게임 시설을 갖춘 객실을 확인할 수 있다.
PC방 업계는 답답하다. 코로나19 전파와 큰 연관관계가 없음에도 고위험 시설로 분류돼 영업을 못하는 상황에서 불법인 모텔 PC방 특수를 바라만 봐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행 고시상 숙박업소 객실에는 최대 2대까지만 PC를 둘 수 있다.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PC를 게임물 이용을 목적으로 설치했다면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이다.
모텔 PC방 문제는 2010년대 중반부터 불거진 문제지만 관계기관 무관심 속에서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PC방 창업·게이밍 기기 전문업체 세컨드찬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까지 전국 8500개 PC방 중 1416개(16.6%)가 문을 닫았다. 3월 이후 매월 200개 PC방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