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시장 외형이 급신장하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전기차가 주행이나 충전 중에 화재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의 걱정은 대부분 사라졌다. 최근에는 주행거리가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 화재 등 불안함 대신 이제는 편리성이나 주행 성능을 따지는 게 일반화한 모습이 됐다. 그만큼 전기차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충전·주행 기술만 좀 더 발전한다면 전기차에 대한 시장 인식은 일반 내연기관 차량 못지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맞춰 전기차 산업도 그에 걸맞게 내실 도약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전기차 부품 산업과 관련해 장거리 주행을 위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증가하고 있고, 충전 시간 단축을 위한 관련 기술도 점점 고도화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다른 산업의 사례를 봐도 그렇듯이 전기차에 대한 가장 큰 내실 변화는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이다. 통신 시장도 그랬다. 통신 시장은 2000년대 초에 회로 기반 통신에서 데이터 묶음 기반 통신으로 전환하는 '3G(IMT-2000)' 기술이 나오면서 모바일 증권, 모바일 은행 등 데이터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다. 당시 통신기술 발전에 크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5세대(5G) 기술이 나와도 그 기술 자체보다는 이를 통해 새롭게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가에 더욱 큰 관심이 쏠려 있다. 결국 기술 발전은 새로운 시장을 여는 초기에는 중요했지만 이후에는 가능한 서비스가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차량 성능 고도화를 넘어 이제는 전기차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기차는 차량 가격의 30~40%에 해당하는 배터리라는 부품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부품은 전기차에서 역할을 다하더라도 후방산업(재이용, 재활용)에서의 활용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전기차 산업의 내실 도약에서 '서비스 산업 출현'과 더불어 '후방산업 시작'도 굉장히 중요한 기회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데이터'다. 전기차에서는 전기차 차량 자체 데이터(위치정보, 주행거리 등), 배터리 데이터(전류·전압·온도·충전량 등), 충전기 데이터(전류·전압·충전량 등) 등이 발생한다. 이 같은 데이터가 아직 외부에 개방되는 것은 일반화하지 않았지만 전기차 제조사, 충전기 서비스 사업자, 배터리 제조사 등에서는 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내부 품질 향상이나 향후 고객 서비스 발굴을 위한 준비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는 차량 잔존 가치를 통한 보험료 산정 서비스, 중고차 가격 정보 서비스, 개인 맞춤형 정비 서비스 등 전기차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존재한다. 또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의 신속한 등급 분류나 탄소 절감분에 대한 정확한 통계 근거 등과 같이 정부 차원에서의 필요한 서비스 분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후방산업 활성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사용 배터리 가격과 등급 분류 정확성이다. 정확한 등급 분류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재사용 배터리가 공급된다면 기존의 신품 배터리로 만들어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등 시장은 굳이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지 않고도 시장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 배터리 등급 분류에서 차량 운행 기간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프로토콜이 오픈되지 않는다면 후방산업은 쉽게 형성될 수 없다. 정부와 우리 산업계가 전기차를 활용한 미래 서비스 산업, 후방산업 발전을 위해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길 바란다.
박재홍 한국전기차산업협회 회장 jh.park@pmgr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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