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기자 확진에 지난달 27·28일 폐쇄
업무망서만 가동…원격지 이용 못해
2005년 도입했지만 작년 4월 첫 사용
"비상사태 대비…업무 효율성 높여야"

국회가 출입기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문 닫은 지난달 27~28일 이틀 동안 법안이 한 건도 발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폐쇄로 입법의 첫 과정이 마비된 셈이다.
국회 셧다운 사태 이후 비대면 입법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의원이 비대면 발의를 시도하고 있지만 현 전자입법시스템은 국회 내 업무망으로만 가동, 원격지에서는 이용할 수 없어 개선이 요구된다.
21대 국회 의안 접수가 시작된 지난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3개월 동안 발의된 법안은 3262건이었다. 매일 30건 넘는 법안이 발의되다 국회 폐쇄로 한순간에 멈춰 섰다. 국회가 문을 걸어 잠근 기간(평일 기준 8월 27~28일) 법안 발의 실적은 '0건'이었다. 국회가 다시 문을 연 뒤 첫 의안 접수일이던 31일에는 64건의 법안이 대거 발의됐다. 이틀 동안 잠들어 있던 법안 제출이 일시에 몰린 것이다.
국회에 비대면 법안 발의가 가능한 전자입법지원시스템이 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보다 앞서 21대 국회 발의 법안 3200여건 가운데 전자입법 사례가 2건에 불과할 정도로 국회의원의 활용도가 낮은 탓이다. 동료 의원의 공동발의 서명을 받기 위해 수백장에 이르는 출력물에 도장을 받는 아날로그식 입법이 되풀이됐다.
전자입법시스템의 한계도 드러났다. 현 시스템은 국회 내 업무망에서만 가동, 원격지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법안 발의를 위한 의원 동의와 접수 모두 비대면으로 할 수 있지만 정작 국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접속이 불가능하다. 의원실 직원이 국회로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 건물이 폐쇄된 상황에서는 전자입법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다. 국회 관계자는 “전자입법시스템은 국회 업무망에서만 가동하기 때문에 지난달 27~28일에는 의원들이 사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한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업무에 관심이 늘면서 전자입법 활용 문화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영 미래통합당 의원이 21대 국회 최초로 전자문서로 발의한 이후 여러 의원실이 전자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권칠승·김영호·양경숙·이동주·이학영·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통합당 의원,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 등이 현재 전자입법 방식으로 의원 공동발의 동의를 얻고 있다. 조만간 21대 국회 전자입법 추가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입법시스템은 지난 2005년에 도입됐지만 처음 사용된 것은 지난해 4월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때였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발의를 막기 위해 국회 의안과를 점거하자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전자입법으로 물리력을 동원한 통합당의 봉쇄를 뚫었다. 야당이 전자입법에 대한 국회법상 구체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을 제기했지만 전자정부법, 국회사무관리규정, 국회사무처 정보화업무 내규, 헌법재판소 결정 등에도 전자입법 활용이 적시돼 있다.
국회 내 전자입법을 활성화해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입법 방식은 9인 이상 공동발의자 확보를 위해 보좌진이 법안 자료를 들고 다니며 각 의원에게 내용을 설명해야 했다. 공동발의를 승낙한 의원실의 인장을 직접 서명부에 받고 본청 의안과를 최종 방문해 법안과 서명부를 제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입법 과정에서 물리력 접촉이 많고, 법안 자료 인쇄 등 시간과 자원 낭비가 심하다.
국회 관계자는 “직접 대면 설명 등 아직은 과거 수십년 동안 이어진 관행이 쉽게 바뀌지 않는 모습”이라면서 “최근 비대면, 원격 업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자입법 사례가 계속 늘면 새로운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