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90%가 하이실리콘 칩 사용
세계 폐쇄회로(CC)TV 10대 중 9대에 칩을 공급하는 중국 하이실리콘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제재를 가하면서 국내 CCTV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 하이실리콘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방수권법(NDAA)에 따른 조치로 CCTV를 통한 정보 유출을 막는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하이실리콘에서 시스템온칩(SoC)을 탑재한 CCTV가 미국 공공 시장에서 사용 금지됐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13일까지 유예됐다가 현재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은 국내 CCTV 업계 주요 수출국이다. 당장 하이실리콘 칩을 탑재한 제품의 대미 수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 CCTV를 판매하지 못하면 치명적”이라면서 “이번 제재가 미국 시장에 그치지 않고 우방국으로도 확대될 때에는 대부분의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칩 수급 자체도 불투명해졌다. 미국 제재 이후 TSMC는 하이실리콘 칩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TSMC는 하이실리콘 칩 대부분을 생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실리콘 측으로부터 지금 칩을 발주하더라도 최소 6개월이 걸리며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CCTV 제조업체 90% 이상이 핵심부품으로 하이실리콘 칩을 사용하고 있다. 업계가 보유한 하이실리콘 칩 재고량은 평균 6개월 수준으로 전해졌다. 칩 재고량이 소진되는 6개월 이후 칩 수급난은 심각해질 전망이다.
업계는 하이실리콘 칩을 다른 칩으로 전환하는 등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CCTV에 들어가는 칩을 대체하려면 1~2년가량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20억원 정도 소요된다”면서 “중소 CCTV 업체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실리콘 칩은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교체하더라도 전체 라인업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하이실리콘 제재에 대비해 1~2년 전부터 대체재를 모색해 왔다. 세연테크, 아이디스, 한화테크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는 하이실리콘 칩 비중을 낮추고 미국 암바렐라 칩을 새롭게 도입하거나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칩 수급 위기에 대비해 왔다.
정부는 사태와 관련한 업계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정은수 과기정통부 정보보호산업과장은 “CCTV용 SoC 칩에 대한 이슈는 하이실리콘 제재 이전부터 지속 제기돼 온 문제”라면서 “이번 제재로 인한 상황이 아직 심각한 단계는 아니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업계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