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뉴딜 핵심 내용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극복 목적이 아니라 해도 그린뉴딜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며, 이번 기회에 조금 빨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집을 나설 때 미세먼지, 폭염, 폭우 등의 예보를 확인하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은 확실히 10년 전에 비해 급격히 나빠진 기후변화 결과를 보여 준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 삼아 에너지·환경·산업 전반에 걸쳐 지속 가능한 환경으로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린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종소비자 편익을 높여야 한다. 에너지 산업은 역사가 가장 오래된 산업 가운데 하나인 반면에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과거보다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동안 에너지를 안정 공급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소비자 역할과 참여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한 탓이 크다. 소비자가 직접 느끼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손쉽게 접하는 분야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선 소비자에게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제공하고, 개별 소비 제품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알 수 있도록 인터넷을 연결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사용량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효율, 수요관리, 유지보수 등 합리 소비를 지원하고 새 시장을 만드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 수요반응(DR)을 '에너지쉼표'라는 이름으로 시행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제,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도입도 준비한다. 이 같은 에너지 서비스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소비 패턴을 손쉽게 확인하고 관리하는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또 다른 소비자 중심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부문은 전기차 충전서비스다. 이제 전기차는 가능성을 넘어 시장 주류가 되고 있다. 당연히 이를 뒷받침하는 충전인프라가 늘어나고 있지만 운전자가 고민 없이 빨리 충전하기 위해서는 잔여 배터리, 이동 경로, 충전소 이용 현황 등 종합 정보로 자동화된 충전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전기차 역시 상시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충전 예약으로 지연이 없도록 하고 충전인프라 이용률을 높여 운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린뉴딜로 우리 주변에는 자가소비 태양광이 늘어날 것이다. 주택용 태양광은 이미 경제성을 확보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설치·시공도 쉽다. 향후 자가소비 후 잉여 전력에 대한 판매 방식을 다양화하고 생산전력량 정보도 실시간으로 제공해야 한다. 현재 소형 태양광은 상계거래 외 다른 판로가 없는 상황이지만 경제성을 고려한 개인간(P2P) 거래나 잉여 전력을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도록 하는 등 소비자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또 이들 발전량 역시 계통 운영에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정보로 온라인화해야 한다.
그린뉴딜 근간에는 디지털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개별 기업이 인프라 투자부터 시작하기엔 너무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 기반 위에 기업이 빠르게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미래 산업 경쟁력은 디지털 기반 소프트웨어(SW)에 있다. 우리 산업계는 빅데이터·알고리즘·애플리케이션(앱) 같은 SW 자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SW 자산 구축 및 활용에 필요한 비용 산정이나 관리에 대해서는 하드웨어(HW)에 비해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이에 대한 기업 인식 전환도 그린뉴딜 성공을 위해 중요한 요인이다.
정부·기업·소비자 간 협력도 절실하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새 에너지 서비스를 창출하는 한편 인프라를 확충하고 디지털로 바꿔야 한다. 또 SW 역량도 강화, 그린뉴딜을 성공으로 이끄는 밑바탕을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이상학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스마트수요관리 PD sanghaklee88@ke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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