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이 회사가 피고인 1조원대 소송의 대법원 판결이 아직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판결까지 최소 수개월이 남아 그때까지 천문학적인 소송 가액이 매각을 가로막을 전망이다.
27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가 피고인 7050억원대 소송 관련 대법원 선고기일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 통상 대법원은 사건 윤곽이 잡히고 판결이 임박할 때 선고기일을 확정, 공지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소송 건과 관련해 대법원 선고기일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이러다가 갑자기 선고기일이 잡히고도 하지만 사건 내용을 볼 때 올해 선고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 소송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소송 가액은 7050억원에 연 이자 15% 등을 더해 약 1조원까지 늘었다. 앞서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자회사(DICC) 소수 지분을 인수한 미래에셋자산운용 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약정과 달리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했고, 동반매각요청권(드래그얼롱)을 행사했으나 지분 매각에 비협조적이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과 두산 측 변호인인 로펌 김앤장은 최대 규모 변호인단 등을 꾸려 총력 대응하고 있다. 2018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오고간 보충서와 보충답변서, 참고자료제출서 등 소송 서류는 20건을 넘어섰다. 대법관들이 검토해야 할 서류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피고 및 원고 측 변호인단은 각각 대법원에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원고는 받아야 할 몫이 빠르게 확정돼야 자구안을 이행 중인 두산그룹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피고는 두산인프라코아 매각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매각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 인수 후보들에게 투자 안내서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의 조기 판결 요청과 별개로 대법원 판결은 수개월 뒤에나 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판결을 서둘러 달라는 요청을 한다고 해서 대법원이 갑자기 심리를 빠르게 진행하거나 하지는 않는다”면서 “정해진 프로세스 등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이 1~2달 뒤에 난다 해도 연내 매각은 물리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협상 대상자 선정과 실사 등을 거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대 1조원대 소송 가액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희망자한테도 큰 부담”이라면서 “대법원이 두산 측 손을 들어준다 해도 현재 경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