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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걸 먹을까.” 영양가 없는 음식을 고른 아이가 엄마는 못마땅하다. 엄마의 강요에 메뉴를 바꾼 아이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자신의 선택을 부모가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에 명분과 논리가 있다. 단지 우기는 사람과 논쟁이 싫어 불평 없이 따라가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물론 불만이 쌓이지만 이긴 사람은 여전히 우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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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계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공지능(AI)의 특징은 AI가 어떤 계산 과정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량의 데이터와 복잡한 뉴럴네트워크 자체를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간 바둑대국에서 보는 것처럼 결과론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AI 주장을 신뢰하는 방법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인간은 더 이상 AI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차세대 운송 수단인 자율자동차도 무작정 믿어야 하는 첨단 기술의 산물이다. 수백개의 센서가 외부 변화를 감지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다음 동작을 자율 수행하기 때문에 완벽한 신뢰 없이는 승차할 수 없다. 순식간에 움직이는 자동차의 결정이 맞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하는 자율자동차를 존중하는 방법이 최선책이다.

스마트팩토리와 홈네트워크 등 지능정보화 사회에서 컴퓨터가 결정하고 인간은 무작정 그 결정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인간이 대부분 결정하고, 적어도 인간이 내리는 현재의 최종 결정 방식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결정에 완전 의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이 컴퓨터를 100% 믿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능정보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기계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남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생각이 다르면 깔아뭉개기 일쑤다. 권좌에 앉으면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간혹 이념이 빌미가 되기도 하고, 국민을 빙자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한다. 환경 변화로 생각이 바뀌어도 자신의 생각은 여전히 맞다. 코로나19 대응 전략도, 외교 협상 방식도, 경제와 법을 다루는 방법도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고 말한다. 무지한 경우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다. 바라보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걸지도 모른다. 반대 의견을 외면하고 억압하면서 지능화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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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라는 주장은 물론 아니다. 적어도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괴멸시키는 경우는 피해야 한다. 언젠가 상황이 뒤집어지면 오답이 정답이 된다. 오늘 힘센 자가 내일도 강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나를 반대하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면 눈앞의 이익을 잃을 수는 있지만 대신 사람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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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맞다'는 확신이 들어도 상대를 인정하고 협상하는 지도자를 기대한다. 주위를 따스하게 만들고 자신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를 우선 믿어 보자. 지능정보화 시대에 기계는 믿으면서 정작 사람은 불신하는 우스꽝스런 모습은 피해야 한다. 형식이라도 서로를 신뢰하고 반대를 존중하는 연습을 하자. 대선을 2년 남짓 남긴 오늘은 상대를 인정하는 강하고 따스한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