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R&D 톡톡]<11>디지털로 만나는 치료의 가능성, '디지털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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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테라퓨틱스의 디지털 치료제 리셋(reSET) <자료: 페어 테라뷰틱스 홈페이지>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과 눈도 못 마주치고 감정 표현이 서툴던 발달장애 아동 김다은(가상인물) 양은 요즘 또래 아이들처럼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눈맞춤도, 대답도 잘하는 여느 아이들처럼 바뀌었다.

다은이의 변화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출발했다. 앱을 통해 병원을 가는 대신 일상 속에서 반복 치료를 받았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발달 지연을 개선했다. 다은이 이야기는 국내 스타트업 업체가 캄보디아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육 봉사를 했을 때 나타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이처럼 약물을 복용하거나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질병 치료와 건강 회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SW)를 '디지털 치료제'라고 일컫는다.

디지털 치료제는 주변의 걱정 대상이 되는 알코올중독이나 약물중독,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신질환 자체를 숨겨야 하는 질병으로 여기거나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현대인들은 너무 바빠서 간단하게 상담할 시간조차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이런 치료의 사각지대를 보완해 준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적극 참여를 유도하는 디지털 치료제는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가전 박람회 'CES 2020'에서도 디지털 치료제는 핵심 키워드의 하나였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첫 승인을 받은 디지털 치료제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페어 테라퓨틱스의 '리셋'이다. 리셋은 알코올·약물 중독 치료에 사용된다. 리셋은 중독 완화 효과를 과학 분석으로도 검증됐다.

국내에는 디지털 치료제 관련 스타트업에서 출시한 '뉴냅비전'이라는 SW가 있다. 이 SW는 손상된 뇌신경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새로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바이오 산업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디지털 치료제를 포함한 여러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생태계에 혁신을 불러들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개발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 영역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올해부터 중독 장애 및 불면증 개선·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관련 연구개발(R&D) 지원을 시작했으며, 소비자를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 콘텐츠 개발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 보건의료 체계 속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대안 의료서비스 제공이 목적이다. 산업 측면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혁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최종 목표가 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에 번지고 있는 코로나19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K-방역'과 같은 훌륭한 역량을 보여 줬다. '바이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새길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이번 위기를 전환점으로 삼고 지금까지 쌓아 온 역량과 정부 투자를 바탕으로 하여 대한민국이 진정한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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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 PD

이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 PD biomedpd@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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