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가 큰 폭으로 위축돼 있는 상황임에도 굴지의 점유율을 점하고 있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가 지난해에 비해 실적을 크게 개선, 업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기분 좋은 소식이지만 이런 때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활성화다. 지난 몇 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호황 속에서 많은 국내 소부장 기업의 실적 개선이 있어 왔지만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비해 발전 속도는 더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메모리 제조사의 장비 국산화율은 50% 안팎임에도 소재 국산화는 20% 안팎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게다가 업계에 따르면 신흥 반도체 국가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수출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제조사에 주로 납품하던 회사를 등지고 수출하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 현지에서 장비 시장이 상당히 커지고 있어 앞으로 현지 시장 개척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다행히 지난해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이후 우리나라 소부장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각 소자 업체의 신규 생산 라인에 국내 업체들이 고도화한 장비를 납품하는 사례가 늘고, 정부 과제로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세정 장비 개발을 하는 회사도 생겨났다.
대전시, 경기 용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소부장 업체들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조성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 굴지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한국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반도체는 가만히 둬도 성장할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보다 각 공정 곳곳에 숨어 있는 소부장 강자를 길러 내기 위한 전폭 지원이 필요하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