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금융권과 빅테크·핀테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보 공유 범위를 놓고 양자 간 기싸움이 팽팽하다. 금융 당국이 서둘러 중재에 나섰지만 원론만 제시하면서 갈등의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장 다음 달 5일부터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고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된 회사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다른 사업자에 모두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형평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할 예정인 네이버가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금융사들은 자신들이 장기간에 걸쳐 축적한 정보를 네이버에 공유해야 한다. 반대로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일부 결제 정보만 내놓으면 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일방으로 네이버에 정보를 뺏기게 되는 것이다.
금융권은 자회사가 아닌 빅테크·핀테크의 모회사 정보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빅테크·핀테크는 이 같은 금융권 요구가 이른바 '갑질'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금융위가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허무했다. 정부 및 전문가와 기존 금융권, 빅테크·핀테크가 함께 논의할 협의체를 올 3분기 중에 구성하겠다는 답변이었다.
사실 이 같은 모든 일은 금융위의 모호한 시행령과 허술한 가이드라인이 초래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범위를 제한하고, 확보한 정보도 어디까지 활용하는지 여부를 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금융 혁신에 매몰된 결과 과도하게 빅테크·핀테크 편을 든다는 '기울어진 운동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업권은 모두 입을 모아 데이터 주도권을 빼앗기면 다른 업권에 종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생존까지 거론된 상황에서 편법까지 써 가며 경쟁에 나서는 게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다수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데이터 경제는 출발선에도 서지 않았다. 모든 업권이 공정한 데이터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정확한 룰을 마련해야 한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