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료 납부 이력 등 비금융 정보 활용
주부·영세상인 등 1000만명 혜택 기대
신용평가 모형 개발 등 새 먹거리 육성
네이버·카카오와 '데이터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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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통신 특화 신용평가사(CB사)를 설립한다. 다음 달 5일 데이터 3법 시행을 앞두고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에 맞서 빅데이터 주도권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금융 정보에 통신료 납부·연체 등 통신 정보가 결합되면 금융 이력이 전혀 없는 주부, 학생, 영세상인 등 금융 소외 계층 1000만명 이상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정보통신기술(ICT)·금융권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연내 비금융전문CB사를 설립한다.

현재 이통 3사가 통신 특화 CB사를 공동 설립하는 방안과 각 회사가 독자 설립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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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관계자는 “애초 이통 3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출자를 통한 전문 CB사 설립을 추진해 왔지만 통신·유료방송 납부 정보, 연체 정보 등 서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각자 설립하는 방향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통 3사는 CB사를 자회사로 설립해 빅데이터 컨트롤타워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빅데이터를 CB로 집적해 관련 사업을 모두 이곳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자회사로 과징금을 우회하려는 목적도 있다. 개인 신용 정보를 유출한 금융회사에는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통사에서 CB사를 직접 운영할 경우 매출액이 커서 과징금 리스크가 높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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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3사가 CB사 설립을 서두르는 이유는 다음 달 5일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과 맞물려 있다. 지난 2018년 11월 발의된 이 개정안에는 비금융 정보 CB 신설이 포함됐다. 법 개정으로 소득과 카드 결제액 외 통신·전기·가스 요금 납부, 온라인 쇼핑 정보 등 비금융 신용 정보 활용이 가능해졌다. 이통사의 CB사 진출을 막던 금융회사에 대한 50% 이상 출자 요건도 사라졌다.

통신 특화 CB사는 금융거래실적·연체·상환 등 금융 정보에만 의존하는 개인신용평가 체계 개선을 목표로 한다.

통신 특화 CB는 '신 파일러'(금융 정보 부족 고객) 발굴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주부, 대학생, 사회초년생, 영세상인은 금융 거래 정보 부족으로 금융사의 대출 거절이 빈번했다. 이들 가운데 성실한 통신비 납부 이력이 있는 우량고객은 신용 향상이 기대된다.

통신사는 보유한 5000만 가입 정보를 활용, 비금융 정보 기반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해 금융사에 제공하는 등 빅데이터 산업을 키우고 차세대 먹거리를 육성하는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

이통 3사가 CB 사업에 뛰어들면서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기업과 주도권 경쟁도 주목된다. 고객의 모든 금융 정보와 비금융 정보를 결합해 종합 자산관리를 제공할 수 있으면서 데이터 확보에서 앞선 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는 간편결제서비스 네이버페이로 확보한 판매 현황이나 품목, 반품률, 쇼핑등급 등을 분석해 개인·소상공인에게 신개념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택시 탑승 정보, 카카오커머스 구매·환불 횟수 등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지난해 말부터 모든 대출 상품에 적용하고 있다.

통신사가 신용평가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CB사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개인 CB사를 영위하는 곳은 NICE평가정보, KCB, SCI평가정보 세 곳뿐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신 파일러는 1000만명이 넘는다”면서 “통신 특화 CB사가 이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작은 ICT 기업들도 CB에 진출하는 메기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취재 박지성 기자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