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중심의 시장혁신을 일으키는 것'-장지호 닥터가이드 대표(24)
'누구보다 고객을 위해 전력투구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의 모임'-서동은 리본 대표(23)
'잘 풀리지 않았거나, 풀어야할 문제를 고객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상민 뉴빌리티 대표(24)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20대 대학생 창업가들이 정의한 '스타트업'에는 '고객'이라는 단어가 동반했다. 이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그동안 쌓여왔던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생산자 관점이 아닌 철저히 고객(소비자) 관점으로, 그리고 개인이나 사회에 '임팩트'를 주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 경기불황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창업에 뛰어드는 20대 청년들을 늘고 있다. 이들을 향한 시선에 격려와 우려가 공존한다. 전공 계열 창업으로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이들 3인 창업가들은 사회 분위기에 떠밀려서 창업을 하든, 지원금이 뒷받침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와 전문성이라고 말했다. 취업 도피처로 창업 전선에 무작정 뛰어드는 청년들을경계했다.
한양대 의학과에 재학 중인 장지호씨는 최근 '닥터가이드'를 설립, 약국의 건강기능식품 등을 전문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오픈했다. 약국에서의 알바 경험이 창업의 시작이었다. 앞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때 대구지역의 원격진료 가능 병원과 약국별 약배송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웹서비스 '코로나맵'을 만들어 주목받았다.
장 대표는 “혁신이란 기존의 서비스, 틀, 사용제품을 가장 사용자 친화적으로 바꾸어나가는 것”이라며 “스타트업의 성공은 얼마나 고객 중심에 가까이 있냐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생명공학을 전공 중인 서동은 리본 대표는 플라스틱을 먹는 미생물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을 먹는 12종의 균주를 찾아냈고, 이중 3종의 균주는 국제특허로 등록했다. 균주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실험중으로, 3년 안에 시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글로벌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아시아 글로벌 리더'에 한국인 스타트업 청년 창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서 대표는 “혁신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해주는 것'으로, 결국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에서 온다고 본다”며 “지금 개발중인 균소화조의 제품화에 성공해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100%로 끌어올려 보다 친환경적인 세상를 만드는 게 우리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에서 천문우주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라스트마일 배달로봇 소프트웨어 기반의 물류·배송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2017년 창업과 동시에 기술력을 인정받아 만도와 퓨처플레이, 윤민창의투자재단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 추가 15억원규모의 투자도 이뤄냈다.
이 대표는 “조금 더 어떻게 세상을 이롭게 연구나 기술을 확장시킬수 있을지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며 “올해는 국내 대기업 서너군데와 성능검증(PoC)·공동개발을 논의 중으로 의미있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학생 창업가이면서 '기술창업'을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20대 대학생이지만 '기술기반 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 인정 받아 창업실패 리스크를 줄였다. 다만 이들에게 '20대'라는 나이는 강점이 되기도, 약점이 되기도 한다. 최대 강점으로는 '체력'을 꼽았다. 24시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사용자와 고객만 생각 할수 있는 '체력'과 '환경'이 뒷받침되는 점을 장점으로 인정했다.
이 대표는 “상대적으로 대학생 CEO들은 밤새는 것에 익숙하고, 당장 회사 자체의 스케일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많은 것을 백지에서 배울 수 있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최대 무기”라며 “내 생각, 내 것을 버리고 고객의 입장에 이입하기에 20대가 더 수월한 조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험 부족'에 따른 시행착오는 배로 겪고 있다. 회사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직원을 채용하고, 투자 유치 및 운영 관리해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 대표는 “사회 경험이 없고 큰 조직을 운영해 본 적이 없어 조직의 성과 시스템 및 체계관리에 서툴다”며 “하지만 이 역시 헤쳐 나가야 할 과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직장 생활 10년을 하다 창업했으면 조금 더 나았을까를 고민한 적도 있다”며 “그랬다면 일처리가 더 매끄럽고 자본금도 있을 테지만, 지금처럼 직접 부딪혀가며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의미있다고 보고, 또 이러한 부분이 스타트업의 핵심 요소도 아니기에 버텨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표>대학생 창업가 3인이 말하는 '스타트업' 정의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