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부처 협의 과정서 제외시켜
전자업계 "추가 지정" 재건의 계획
소수 대기업 호실적에 '착시' 지적
"중소·중견기업 실적 감소세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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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전자 산업이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업종 추가 지정에서 제외됐다. 매출 급감과 고용 유지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자업계는 추가 지정을 한목소리로 요청했다. 업계는 경영난이 이어지면 한국 산업의 버팀목으로 성장해 온 전자 업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와 전자업계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전자 업종을 추가해 달라고 다시 한 번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KEA와 전자업계는 지난달 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전자업계 긴급 건의'를 정부 부처와 유관 기관에 전달한 바 있다.

업계 건의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 조선, 기계, 석유화학, 정유, 철강, 항공제조 등 이번에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업종으로 추가된 7개 업종과 함께 '전자부품·장비' '섬유' 업종 지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섬유 등 두 업종은 제외됐다.

업계는 전자 업종 선두에 있는 소수 대기업으로 인해 전자 산업의 위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 착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호실적에 힘입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LG전자도 가전과 TV 실적이 기대보다 선방했다. 그러나 전자업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실적 감소가 심각하고, 버틸 체력도 약하다. 업계 관계자는 12일 “압도적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전자 산업 전체 성과를 빛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로 인해 기타 전자부품, 영상·음향 및 통신 분야 중소·중견기업의 위기감을 가리는 또 다른 착시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5월 기준 전자·정보기술(IT) 산업은 수출이 2.6% 감소했지만 반도체는 수출이 7% 증가했다. 5월 전자·IT 수출이 2.6% 감소한 것도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중견기업의 감소 폭이 17.8%로 컸다. 또 전자 분야 기업의 80% 이상이 상반기 매출 감소를 겪을 정도로 피해가 광범위하고, 하반기 매출 부진 심화까지 우려된다.

기업별 사례를 보면 부품·소재 전문 중견기업 A사는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해외에도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역대급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1분기에 이미 30% 이상 감소했고, 2분기 적자 폭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베트남에 해외공장을 보유하고 수출 비중이 50%가 넘는 초정밀 커넥터, 스마트폰 부품제조 중견기업 B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장가동률이 50% 가까이 감소했다. 매출액도 40% 이상 급감하는 등 경영난이 심각하다. 창업 30년 만에 처음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중견 가전업체 C사, 전 직원의 50%가 교차휴무에 들어가는 다른 중견가전기업 D사도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은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동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전자부품·장비 분야만이라도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대상으로 지정해 전자 산업이 고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전자부품과 장비는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미래차 등 첨단 산업과 연결되고 국방 산업에도 활용되는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