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누군가에게 있어 생애 첫 경험일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이미 구축돼 있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업무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 창업 초반 CEO에게는 복잡하게 보여질 수도 있다. 때로는 무지로 인해 아주 단순하게 받아들여져 큰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수가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아직까지 실패 관리에 능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먼저 실패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성공적인 실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구분하고 대응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또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이러한 결과를 전 직원에게 교육해 이와 유사한 실패가 반복해서 유발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기업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실상은 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버드대에서는 기업 최고 경영자를 대상으로 기업 현장에서 징계 대상이 돼야 하는 실패가 전체의 몇% 정도인지를 물었던 적이 있다. 그 결과 최고경영자들은 2∼5%라고 답했다.
실제로 잘못을 추궁하고 실패한 사람을 문책한 사례는 어느 정도냐 라는 질문을 함께 물었을 때는 많은 CEO들은 70∼90%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 현장에서 실패관리가 유효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구체적인 실패관리의 방법론을 언급하기에 앞서 실패의 종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종류의 실패냐에 따라 이를 대하는 태도와 관리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흔히 유발되는 실패 유형은 업무 시스템의 복잡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조직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실패가 여기에 해당한다. 조직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련의 일을 접하고 수행해야 할 때가 있다. 신시장을 개척하거나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도입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이전에는 결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상황이다. 병원의 경우에는 환자 상태의 경중에 따라 응급실 환자를 분류할 때, 급성장 중인 신생 기업이나 사내 벤처를 경영할 때, 항공모함이나 원자력 발전소와 같이 복잡한 시스템을 갖춘 조직에서 시스템 실패는 항상 존재하는 위험이다.
이러한 종류의 실패는 이전에 유발된 실패를 철저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 및 위험 관리를 위한 절차를 정립하여 충실히 따를 경우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소한 절차상의 실패를 모두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어쩔 수 없는 절차상의 실수를 나쁘게만 생각한다면 복잡한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거나,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병원에서 개별 환자에 대한 여러 일련의 의사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작은 일 하나하나까지 실패를 줄이기 위해 엄정하게 점검하는 절차를 만들어 둔다면, 이는 환자를 진료하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만들 것이다. 또 이러한 복잡한 점검 절차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을 진료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어버리게 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사람은 없다. 기업 역시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기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패는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기업 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수반되는 사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실패를 관리하고 실패를 통해서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