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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포스터 / 제공 : NEW>


◇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 '연니버스' 속 세 번째 작품

대중들에게는 '부산행 2'라는 칭호로 기대를 모아 온 영화 '반도'가 차주 15일 개봉될 예정이다. 2016년 개봉되었던 영화 '부산행'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급 흥행 성적을 거두었기에 후속편 제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번 영화 '반도'는 '부산행'이라는 영화 속 세계관에서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 한국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부산행'이 우리나라에서 창궐된 좀비 바이러스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반도'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한국의 모습과 그곳에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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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기자간담회 / 사진 : 정지원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반도'는 '부산행'의 뒷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부산행'과 같은 세계관 속에서 파생된 완전히 새로운 좀비 영화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는가 한다.

연상호 감독의 필모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산행'의 세계관 역시도 애니메이션 '서울역'의 그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서울역'이 '부산행' 보다 앞선 시간대를 이야기한다면 '반도'는 '부산행' 이후의 다음 시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반도'를 '부산행'의 시퀄(Sequel)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틀린 평가다. 시퀄은 전작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이어가는 형태의 속편 영화를 뜻하는 것이다. '반도'는 '부산행'에서 나온 캐릭터가 다시 출연하지도 않고 스토리 자체가 이어지지도 않는다.

전대미문의 좀비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연니버스'라고 불리는 세계관을 공유할 뿐 '서울역'도 '부산행'도 '반도'도 모두 다른 캐릭터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3개의 영화는 프리퀄도 시퀄도 아닌 하나의 세계관 속 각기 다른 이야기이다.

◇ '반도'의 새로운 이야기 속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

'부산행'과 세계관만을 공유한다고는 했지만 전작의 흥행에 따른 기대요소들을 완전히 배제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 완전히 다른 스토리와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구성에 따라 '부산행'의 캐릭터들과 '반도'의 캐릭터들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부산행'이 부성애를 보여준다면 '반도'는 모성애를 그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부산행의 아빠 석우 역을 맡았던 배우 공유와 반도의 정석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을 비교하고 있는데 사실 공유에 대한 비교는 반도에서 엄마 민정 역을 맡은 배우 이정현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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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기자간담회 / 사진 : 정지원 기자>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영화 '반도'의 모성애가 '부산행'의 부성애와 어떠한 차이를 가지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거론하지 않겠다. 하지만 '부산행' 공유의 부성애를 뛰어넘는 '반도' 이정현의 모성애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반도' 속 배우 강동원의 캐릭터가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 '반도'는 지극히 배우 강동원이 연기한 정석이라는 인물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영화 속 정석이라는 캐릭터는 여타의 재난 영화들처럼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들에 괴로워하며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 하는 아주 평범한 주인공으로 묘사된다.

언론시사회 후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도 배우 강동원은 영화 속 히어로가 자신이 맡은 정석이라는 배역이 아닌 배우 이정현이 연기한 민정의 가족들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주연을 맡았던 강동원보다 영화 '반도'의 현실적인 정석이라는 배역이 그를 더 돋보이게 해주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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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주연 배우 강동원 / 제공 : NEW>


아직도 강동원 하면 회자되는 2004년 개봉작 '늑대의 유혹' 속 우산 장면을 대체할 비주얼이 영화 '반도'의 정석 캐릭터를 통해 발현되지 않았나 하는 조심스러운 평가도 언급해 본다. 카체이싱이 벌어지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배우 강동원의 미모가 뿜뿜하는 장면이 있으니 그의 팬들이라면 눈을 크게 뜨고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한다.

◇ '반도'의 조연들, 리틀 '마동석'이라 불리는 배우 이레

영화 '반도'의 조연들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꾸준하게 다양한 영화에서 모습을 비추고 있는 배우 권해효, 형사나 악역 하면 자연스레 그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배우 김민재, 수려한 외모로 전작에서 여장까지 가능했던 배우 구교환,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배우 김도윤, 2010년생으로 벌써 인생의 1/3 이상의 시간을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막내 이예원까지 극의 흐름에 없어서는 안되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한가득이다.

조연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배우는 극 중 부모를 잃고 민정의 손에서 키워진 준이 역의 배우 이레 다. 사실 '반도'를 관람하기 전 '부산행'의 배우 마동석에 버금가는 주요 조연으로 배우 이레를 꼽는 것에 대해 쉽게 공감하지 못했다. 필자의 기억 속 배우 이레는 2013년 그녀의 데뷔작인 영화 '소원'의 아역에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소원'에서 배우 이레는 실제 피해 아동을 떠오르게 하는 여리고 순수한 초등학생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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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스틸사진 왼쪽부터 이예원, 권해효, 이레 / 제공 : NEW>

​이후 작품들에서도 아역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아왔었기에 마동석 배우와 견주어 배우 이레를 생각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배우 이레는 2006년생으로 열다섯 살 중학교 2학년의 미성년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왜 배우 이레를 마동석과 비교하였는지에 대해 격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솔직히 영화 '반도'의 히어로를 굳이 한 명 뽑아야 한다면 배우 이레가 연기한 준이 역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미성년자이기에 직접 운전을 할 수는 없었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카체이싱 장면을 소화했다는 배우 이레는 화면 상 프로 레이서에 버금가는 운전 실력을 뽐내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코로나 시대와 영화 '반도'

누군가 '부산행' 만큼 볼만한 영화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하여 영화를 포함한 다수의 문화생활을 이전처럼 영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상황이 반년 이상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무조건 일상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 또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영화 '반도' 속 세계관에서는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된 우리나라를 전 세계가 통제하고 고립시키며 난민으로서 해외로 거처를 옮긴 사람들을 감염자 취급하고 차별한다. 그 모습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 다른 듯 비슷한 구석이 있어 조금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지 않은가 싶다.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린 인천, 목동, 한강 등지의 모습들을 큰 화면으로 보는 것도 다분히 매력적이고 정말 영화에서처럼 우리나라가 어떠한 바이러스의 시초가 된다면 현실과는 어떻게 다르게 비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철학적 관점의 관람이 가능한 영화라고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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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스틸사진 / 제공 : NEW>

주연과 조연뿐만 아니라 좀비 역할로 출연한 수많은 배우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할 영화이다. '부산행'에서도 그러했지만 영화 속 좀비들의 모습이 실감 나지 않았다면 흥행 역시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렇다.

배우 강동원은 영화관을 방역에 철저하여 비교적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는 공간이라 일컬으며 극장을 찾아 영화 '반도'를 관람해 줄 것을 신중한 어조로 피력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시국에 '반도'와 같은 영화가 개봉된 것은 씁쓸하면서도 반가운 이중적인 마음이 들게 하는 것 같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문화생활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역시도 본인들의 몫이 아닐까 한다.

'지옥'이라 표현되는 영화 '반도' 속 우리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배우 이레의 마지막 대사가 사무치는 요즈음이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