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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민간 주도 글로벌 결제통화 '리브라'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각국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이 비상한 관심을 보인 바 있습니다. 특히 핀테크가 발달하고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의 지급결제 수단 대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 현금 사용이 감소하면서 CBDC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와 각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CBDC 발행에 대한 연구개발(R&D) 및 관련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CBDC 열풍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안에 CBDC 구현 기술 검토를 마치고 내년에는 가동 테스트까지 완료할 계획입니다.

Q:CBDC란 무엇이고 어떤 특징이 있나요?

A:CBDC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를 뜻합니다. 이용 목적에 따라 모든 경제주체의 일반 거래에 사용되는 소액 결제용 CBDC와 은행 등 금융기관 간 거래에 사용되는 거액결제용 CBDC로 구분 가능합니다. CBDC는 전자적 방식으로 구현됨에 따라 현금과 달리 관련 거래의 익명성을 제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 목적에 따라 이자 지급, 보유한도 설정, 이용시간 조절도 가능합니다. CBDC 구현방식은 중앙은행 또는 은행이 CBDC 계좌 및 관련 거래정보를 보관·관리하는 단일원장방식(계좌방식)과 다수의 거래참가자가 동일한 거래기록을 관리하는 분산원장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분산원장방식은 거래 참여자 중 누구나 원하면 거래검증 및 원장기록에 참여 가능한 비허가형과 거래검증 및 원장기록 권한을 신뢰할 수 있는 일부 참여자에 한해 부여하는 허가형으로 다시 분류 가능합니다. CBDC도 현금과 같이 결제완결성이 보장돼야 하므로 정상 처리된 거래가 사후에 취소될 소지가 없는 단일 원장방식이나 허가형 분산원장 방식이 보다 적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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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해외 주요국의 CBDC 개발 현황은 어떠한가요?

A:해외에서는 이미 CBDC에 대한 연구가 상당부분 진행 중입니다. 그동안 에콰도르, 우루과이 등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금융포용 제고를 목적으로 CBDC 시범 발행을 추진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스웨덴, 중국 등이 현금 이용 감소, 민간 디지털화폐 출현에 대응해 발행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스웨덴 중앙은행의 'e-크로나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크로나는 스웨덴 통화입니다. 스웨덴은 2020년까지 기술 검토와 테스트를 완료하고 2021년 여론 수렴 후 발행 여부를 결정합니다. CBDC를 검토한 이유는 현금사용 감소 때문입니다. 스웨덴 소매부문 현금 결제 비중은 2010년 40%에서 2016년 15%로 떨어졌습니다. 브라질은 IBM의 하이퍼레저 패브릭 및 R3의 블록체인 플랫폼 코다 등을 활용해 CBDC를 발행하는 개념검증을 진행 중입니다. 우루과이는 2017년 11월 국영 이동통신사 앤텔 이용자 1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화폐 'e페소'를 발행해 6개월간 시범 운용했습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암호루블 발행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2018년에는 이 디지털화폐를 법정지급수단으로 허용하기 위한 민법 개정안이 의회에 제출돼 계류 중입니다. 동카리브국도 중앙은행(ECCB)이 핀테크 기업 비트와 블록체인 기반 CBDC 발행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가까운 장래에 CBDC 발행 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미국, 일본 등도 관련 연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지난 1월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스웨덴, 스위스 등 6개 중앙은행은 CBDC 연구그룹을 구성했습니다.

Q:한국은행도 CBDC를 준비하고 있나요?

A:한국은행도 CBDC 열풍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안에 CBDC 구현 기술 검토를 마치고 내년에는 가동 테스트까지 완료할 계획입니다. 한은은 코로나19로 비대면 결제가 늘어나며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것을 계기로 디지털화폐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물론 CBDC는 디지털 형태의 중앙은행 화폐가 되기 때문에 CBDC에 대한 법화성 부여와 관련 한국은행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한은이 CBDC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지급수단 변화 추세에 대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급수단의 중심축이 디지털화폐로 옮겨가는 경우 현금 사용이 어려워져 불편을 겪는 새로운 소외계층이 생기는 부작용에도 미리 대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CBDC 발행이 구체화되면서 긴장하는 곳은 지급서비스 산업입니다. CBDC가 도입될 경우 우선 송금서비스 부문에서는 CBDC와 은행의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 전자금융업자의 간편송금 서비스 간 경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CBDC 시스템의 단순한 결제 프로세스 등을 배경으로 직접적인 경합관계에 있는 은행 및 전자금융업자의 송금서비스 수수료 인하 및 서비스 개선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CBDC 발행은 중앙은행 업무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CBDC 발행 검토 시 이들 영향과 관련 법적 쟁점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CBDC 발행 시 신용리스크가 줄어들고 현금에 비해 거래 투명성이 높아지며 통화정책 여력이 확충되는 등 장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되고 금융시장의 신용배분 기능이 축소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중앙은행으로의 정보 집중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및 마이너스금리 부과 시 재산권 침해 문제 등 법적 이슈가 제기될 수 있어 제도설계 단계에서 이러한 점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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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진화 블록체인 & 암호화폐 2.0, 김기영 지음, 넥서스BIZ 펴냄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의 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주요 트렌드를 파악한 책이다. 블록체인&암호화폐는 이미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다. 이 새로운 기반 기술은 기존의 시스템을 재편하며 디지털 시대를 주도할 준비를 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기본 개념에 더해 이 분야 산업의 인사이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전 미국 퀄컴 선임 엔지니어이자 컴퓨터공학 전문가인 김한승, 블록체인 스타트업 '블록오디세이' 대표 연창학, 스타트업 로펌인 법무법인 세움의 정호석 변호사, 하이퍼레저 그룹 워싱턴DC 지부 대표 등의 인터뷰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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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돈이 사라진다면, 복대원·윤정구 지음, 다른 펴냄

이 책은 화폐의 발달 과정과 원리를 살펴보며 이와 함께 발전한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알아본다. 화폐의 모습은 시대의 필요에 따라 바뀌어 왔다. 물물 교환으로 시작한 경제활동은 곧 물품화폐, 금속화폐, 종이화폐 사용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들고 다닐 수 없는 전자화폐가 일상이 되었다. 버스를 타거나 물건을 사고파는 모든 경제활동이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하다. 지문, 혈관, 얼굴 등으로 결제를 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기존 화폐 체계의 반대에 서 있는 암호화폐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룬다. 또 암호화폐를 움직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원리와 적용 분야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