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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육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 대학 자문위원 가운데 한 명의 뼈아픈 일침이다. 강의하는 교과목과 활동이 과거와 별반 다름이 없다는 지적에 반박할 여지가 없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대학 실체를 점검하고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중론이다. 물론 현장실습 등 기업과의 협력이 강화되고 교육과 연구 질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가 대학에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많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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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여전히 강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비대면 강의로 전환한 후 무난히 학기를 마친 것도 강의 의무를 준수하면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강좌를 통한 전문지식 전달 이상으로 사회 구성원 역할 훈련이 중요하다. 동아리에서 학우들과 교류하고, 수련회와 체육대회를 통해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 일도 필요한 기능이다. 봉사활동으로 재능 기부의 가치를 배우는 과정과 젊음을 발산하는 축제 열기도 대학 생활의 일부다. 캠퍼스 잔디에 둘러앉아 사회를 비판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모습도 코로나19가 앗아갔다. 이대로라면 다음 학기에 대면 개강도 불투명하고, 개강해도 과거 대학으로의 복귀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대학의 새로운 모습을 설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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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중심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교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교수의 주 업무를 강의가 아닌 연구와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들이 우수한 강의 콘텐츠를 상호 공유함으로써 강의 부담을 경감시키면 학생 전공 지도와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일부 교수는 '내 강의'를 주장하지만 시대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강의 콘텐츠는 교육 시장에서 공급하고, 대학은 이를 기반으로 토론하고 연구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 현명할 수 있다.

최근 n번방 사건에 대학생이 연루되고 시험 부정 행위가 만연하는 등 상아탑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 극히 일부의 일탈 행위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인성 교육 부족이 이유일 수도 있다. 인성 교육은 대학이 담당할 몫이 아니라는 일부 주장보다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피할 수 없는 의무라는 논리가 더욱 설득력이 있다. 취업과 성과에만 매달려 외면당한 정의와 평등, 배려와 존중을 가르치지 않으면 미래 사회는 '똑똑한 범죄자'가 득실거릴 수도 있다. 구체화한 인성교육이 건강한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최선이다.

대학 행정 혁신이 요구된다.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도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대학 입장도 이해된다. 학생들에게 제공된 대학 서비스가 불충분하지만 동일한 인력과 행정 경비 지출로 등록금 인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대학 행정이 학생 중심 서비스로 변화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등록금 인하와 대학 서비스는 함께 논의할 대상이다. 등록금은 수강료가 아닌 대학의 교육 서비스에 대한 비용임을 학생과 대학이 공감할 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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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경제와 정신건강에 끼진 막대한 피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새로운 변화를 창출하는 선택은 우리에게 있다. 특히 변할 수 없는 관습과 규정에 얽매인 대학의 변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무산시키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10년 후에도 구태의연한 대학 모습을 전통이라고 우기는 일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