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블랙아웃 현실화?…전문가 "사용료·송출 수수료 기준 시급"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 두고 CJ ENM·딜라이브 갈등
딜라이브, CJ오쇼핑 송출 수수료 미지급 27억 해결 요구
CJ ENM "홈쇼핑은 별도 부문…두 계약 별개"
과기정통부, 양사 입장 청취 후 중재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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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싼 CJ ENM과 딜라이브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CJ ENM은 딜라이브가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을 수용하지 않으면 이달 17일부터 tvN 등 13개 채널 송출을 중단한다는 '블랙아웃'을 예고했다.

딜라이브는 CJ오쇼핑 송출 수수료 미납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며 맞받았다.

프로그램 사용료와 홈쇼핑 송출 수수료 산출에 대한 객관적 기준 부재가 CJ ENM과 딜라이브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프로그램 사용료와 송출 수수료 산출 기준을 정립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플랫폼과 PP 간 정리되지 못한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며 “인상률, 협상 과정, 송출 수수료, 블랫아웃까지 갈등 요소가 모두 드러난 만큼 치열하게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해 접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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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값받기 VS 시청자 외면 횡포

CJ ENM의 '블랙아웃' 예고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콘텐츠 제값받기를 위한 PP의 협상카드라는 의견과 시청자를 외면한 대형 PP의 횡포라는 지적이 교차하고 있다.

딜라이브는 CJ ENM이 이용자 권익 보호는 외면한 채 블랙아웃을 협상 도구로 활용한다며 비판한다. 4~5년간 프로그램 사용료 동결이 전년 대비 20%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CJ ENM은 딜라이브뿐만 아니라 LG헬로비전 등 케이블TV에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을 요구했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딜라이브가 PP에 지급하는 전체 프로그램 사용료의 약 25%가 CJ ENM에 지급된다”면서 “통상적 인상률 대비 20%는 과도하며 한정된 사용료 재원을 고려하면 중소 PP 몫을 CJ ENM이 가져가겠다는 처사”라고 설명했다.

CJ ENM은 블랫아웃 예고가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CJ ENM 관계자는 “최초 전년 대비 20%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딜라이브 부담을 고려, 10%대 인상을 다시 제시하는 등 합의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럼에도 딜라이브가 전년 대비 사용료 동결을 고수해 부득이하게 채널 송출 중단을 통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CJ ENM은 5년간 사용료를 동결해 인상이 불가피하며 유료방송 중 유일하게 사용료를 연간 매출과 연동해 정률제로 지급하는 딜라이브 정책도 지적했다. 정률제 기준이 되는 매출은 매년 다를 수밖에 없어 PP 불확실성을 고조시킨다는 것이다.

◇CJ오쇼핑 송출 수수료도 변수

CJ오쇼핑 송출 수수료도 변수다. 딜라이브는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에 앞서 CJ오쇼핑 송출 수수료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CJ ENM은 오쇼핑 부문과 사용료 계약을 체결하는 E&M 부문은 별개라고 일축했다.

딜라이브는 CJ ENM 오쇼핑 부문이 지난해 10월 홈쇼핑 송출 수수료 20% 인하를 요청했고 합의 없이 지난해 8월부터 기존 송출 수수료 80%만 차감해 지급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CJ오쇼핑이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미지급한 송출 수수료 액수는 27억원에 달한다”면서 “CJ오쇼핑과 같은 회사인 CJ ENM에 송출 수수료 정상화는 물론 프로그램 사용료 관련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에 CJ ENM은 채널사업을 담당하는 E&M 부문과 홈쇼핑사업을 담당하는 오쇼핑 부문은 엄연히 다른 회사로, 대표이사도 다르다며 두 계약은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J ENM 관계자는 “딜라이브는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 임하지 않고 CJ오쇼핑 송출 수수료 문제만 지속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딜라이브가 CJ오쇼핑 송출 수수료 지급 명령 등 민사소송 경과를 설명하는 가운데 양사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딜라이브는 지난해 10월 법원에 CJ오쇼핑 이외 차감을 통한 미지급분에 대해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CJ오쇼핑은 즉각 이의를 신청, 현재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다.

◇첨예한 대립에 정부 중재

CJ ENM과 딜라이브 갈등이 증폭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재에 나선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양사 입장을 청취할 것”이라며 “블랙아웃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유료방송 시청자가 떠안아야 하는 만큼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양사에 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후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도 혹시 모를 블랙아웃에 대비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CJ ENM과 딜라이브 모두 협상 의사가 있고, 정부가 중재 의사를 밝힌 만큼 블랙아웃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인수합병(M&A) 등으로 유료방송 시장은 재편되고 있다”며 “대형 플랫폼과 중소 PP, 대형 PP와 플랫폼 간 협상과정에서 힘의 불균형으로 결과 왜곡이 이뤄지지 않도록 정부가 법·제도 개선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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