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만능은 아닌데요.” 대기업에서 AI를 다루고 있는 엔지니어의 말이다. 그는 “기업이 AI 개발 인력을 육성하고 AI를 통한 디지털 전환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진보가 이뤄진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AI가 수작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일의 비효율을 줄여 주지만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이 기계에 기대하는 바가 매우 높아 100% 정확도가 아니면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했다. 사람이면 넘어갈 실수도 기계는 엄격하다는 것이다. AI는 도구지 목표가 아니라는 얘기다.
디지털 열풍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밝힌 '디지털 뉴딜'이 대표 사례이다. 공공기관에서 나오는 자료 가운데 AI,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여기에 빅데이터, 비대면, 'K-'까지 붙으면 전가의 보도가 완성된다. 좋은 비전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에서 지금까지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공감한다.
다만 정책이 너무 목표지향 형태로 남발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디지털 중심으로 “2022년까지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을 5개 만들겠다” “유니콘 기업 20개를 만들고 아기 유니콘도 만들겠다” 하는 대목이 실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자만이 아니다. 냉철함보다 감수성이 더 잘 느껴진다.
산업 생태계가 절실한 것은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을 줄이는 규제 환경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게 보호하고 양분을 제공하는 '알껍데기'가 돼야 한다. 외국 거대 자본이 왜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는지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전환이 필연으로 불러올 인간소외 문제에도 대비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타다 사태에서는 기득권의 손을 들어 주며 운송회사 사주에게만 출구를 마련했다. 20대 국회가 마지막에 급하게 처리한 'n번방 규제'는 토론과 고민이 사라진 채 당위성만 말라붙어 남았다. 두고두고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디지털 뉴딜도 국회와 정치권이 정권 초반에 강조한 네거티브 규제만 제대로 작동시켰어도 이미 절반은 진도가 나갔을 것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