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2중·3중 중계기 설치 규제...5G 투자 동력 상실 우려

국토부 "주민 3분의 2 동의 얻어야"
이통 중계기 인체 유해성 논란 관련
이통사 "유해-갈등시설 취급해서야"
투자 막히고 음영지역 생겨 안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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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이동통신 기지국·중계기을 설치할 때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게 될 경우 절차 문제에 따른 설치 지체는 물론이고, 설치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전에도 전자파에 대해 왜곡되고 과도한 포비아(공포증)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기지국·중계기 설치에 대한 저항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민 3분의 2 동의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에 장애물이 될 공산이 크다. 자칫 국가 차원의 5G 선점 가치를 희석 혹은 반감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실무 협의를 시작했다. 국민과 산업에 방대한 영향을 끼치는 제도인만큼,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확인했다. 법령에 대한 유연한 해석을 포함해 재·개정을 비롯한 모든 선택지를 열어놓고 해결 방안을 도축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배경은 전자파 포비아

이통 중계기가 주민 3분의 2 동의 대상인 부대시설에 포함된 것은 전자파 인체유해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국토부는 공동주택 생활 관련 반드시 필요하거나, 유해 시설, 주민 갈등을 유발하는 시설 등을 부대시설로 지정해 관리한다. 옹벽과 조경시설, 소방시설, 쓰레기처리 시설 등이 부대시설에 포함된다. 부대시설은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와 지방자치단체장 허가를 얻도록 해 난립을 방지하고, 설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중계기의 부대시설 지정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전자파에 대한 우려로 중계기 설치 위치에 대한 주민 갈등과 민원이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국토부는 전자파 민원이 전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지국과 중계기를 부대시설로 지정한 건 기존 법령상 공동주택에 부대시설로 지정돼야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중계기 설치 방안을 안정적으로 터주기 위해 부대시설 범위에 편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동통신사는 국토부가 전자파 인체 유해성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중계기를 유해·갈등 시설로 바라봤다고 비판했다. 전기통신사업법과 전파법 등 통신관련 법률과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이통사는 법령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부대시설 설치 행위주체를 입주민 등 관리주체로 명시했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상 무선국 설치는 면허를 가진 기간통신사업자로 제한된다.

입주민은 협상을 거쳐 임대 장소를 제공할 뿐이며 부대시설을 직접 설치하진 않는다. 무선국 설치 주체는 이통사로, 무선국설치는 공동주택관리법상 규제 대상에 애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국토부는 실제적으로 중계기 설치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입주민이므로 동의대상에 포함된다고 반박했다.

◇중계기 구축 3중 규제, 국민안전 위협

국토부가 규제를 의도대로 적용할 경우 중계기 구축은 △무선국 신고·검사(허가) △주민 3분의2 동의 △지자체장 허가라는 3중 규제를 받게 됐다. 무선국 검사는 전파 혼·간섭을 예방하고, 안정적인 전파효율을 달성하는 게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전파 출력에 대한 검사 등 전자파에 대한 안전장치 역할도 수행한다. 법률상 전파 관련 규제는 과기정통부가 주무부처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전파법 개정을 통해 보완 가능하다.

이미 무선국 안전을 위한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계기 구축에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 지자체장 허가를 얻는 것은 그야말로 험난한 과정이다. 주민 갈등이 발생하거나, 지자체가 민원을 의식해 허가를 지연시킬 경우 이통사는 중계기 1대를 설치하기 위해 수개월~1년 이상을 기다려야할 수도 있다. 실제 안산과 시흥시에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지자체가 기지국 설치 허가권을 보유한 미국의 경우 주민 반발을 우려해 5G기지국 허가를 지연시키는 일이 빈번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5G 업그레이드' 행정명령을 통해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 6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허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완전히 역행하는 셈이다.

중계기 설치 규제는 국민 안전과도 직결된다. 이동통신은 국민 생활 필수품이자, 핵심 수단이다. 지난해 아파트에서 발생한 A연예인의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는 112에 10여차례 이상 신고했지만 전화발신이 불가능해 와이파이망에 접속해 모바일 메신저를 보내는 방식으로 구출을 요청해야 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는 중계기를 제대로 설치하지 못한 음영지역이었다.

◇5G 기반 디지털뉴딜 고려해야

이통사와 전문가는 중계기 구축에 대한 3중규제가 문재인정부가 디지털뉴딜 핵심과제로 추진중인 5G 인프라 조기구축과 전면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에만 6300억원을 투입해 5G 인프라 확산을 지원한다. 이통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4조원대 5G망 조기투자를 약속했다.

5G는 이동통신을 넘어 실감형 콘텐츠와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등 기업용(B2B) 서비스 혁신을 이끌어낼 중요한 인프라다. 중국이 300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은 4차산업혁명시대 역전을 위해 정부 직접투자와 세액공제 등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경쟁한다.

우리나라는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를 상용화하며 추진한 인프라 선점 효과가 퇴색될 위기다. 국토부와 과기정통부는 실무 협의에 착수해 주택법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대한 해석을 통해 기지국 구축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 심각성을 고려할 때 실무협의로는 부족하다. 5G가 국가 과제임을 고려할 때 국무조정실, 법제처 조정과 유권해석은 물론이고 청와대 차원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5G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필요하다면 법령 재개정까지 추진해야 한다. 이제라도 문제를 공론화하고 산업계와 국민으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토부도 5G 인프라 확산과 디지털 뉴딜 중요성에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무협의를 가동하게 됐다고 밝혔다.

통신 전문가는 “정부 부처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부처 간 법률과 추진 정책에는 일관성이 필요하다”며 “책임 있는 조정을 통해 이동통신 현장의 혼란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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