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소득세 '이중과세' 논란
2000만원 초과 소득땐 동시 부과
벌써 "해외 증시로 옮기자" 분위기
"거래세 폐지땐 외국인 과세 못해"
“소규모 자본을 가진 서민들은 너무 올라버린 부동산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유일하게 눈 돌릴 수 있는 투자처가 주식시장인데, 주식 양도세 부과는 이마저도 사다리를 걷어차는 격이다.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낼 만한 서민은 딴 데 가보란 말 아닌가.”
개인투자자 주식 양도세 부과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글이다. 2023년부터 소액주주도 양도소득세를 내야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첫 번째는 '이중과세' 논란이다.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세가 이중과세이므로 거래세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증권거래세 없이 주식 양도세만 부과한다. 두 번째는 주식 양도세가 금융시장에서 상장주식의 매력도를 상대적으로 떨어뜨리고, 이는 주가 하락 및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25일 정부가 발표한 '금융투자 활성화 및 과세 합리화를 위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에 따르면 현재 대주주에 국한된 상장주식 양도소득 과세는 2023년 소액주주인 개인투자자들로 전면 확대된다.
국내 상장주식으로 2000만원 넘게 번 개인투자자들은 2000만원을 뺀 나머지 양도차익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현재 비과세인 채권, 주식형 펀드, 장외파생상품의 양도차익에도 2022년부터 20%(3억원 초과분은 25%) 세금이 부과된다. 당해 연도 손실이 나면 3년간 이월공제가 가능하다.
기존에 각기 다른 세율로 세금을 내던 금융투자상품과 비과세던 소액주주 상장주식 양도소득 등을 종합해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어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한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유지한다.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한다.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농어촌특별세 포함)는 2022∼2023년에 두 단계에 걸쳐 0.1%포인트(P) 낮춘다. 금융투자소득 과세 도입으로 증가한 세수 만큼 증권거래세를 인하했으며, 증세 목적은 전혀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금융투자소득에 관한 세수가 늘어난다면 추가로 증권거래세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는 불만을 토해내는 상황이다. 주식 양도세와 거래세가 동시 부과돼 '이중과세' 아니냐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주식 양도세가 생기는 만큼 거래세는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2000만원 초과 소득을 올리는 투자자는 거래세와 양도세 모두를 부담한다.
정부는 세수를 이유로 증권거래세는 폐지 없이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이중과세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상장주식은 배당수익률이 낮아 양도소득세 부과에 따른 가격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점, 양도소득세는 일시에 과세되므로 납세자 부담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은 “증권거래세 인하는 거래가 활발해 거래세 부담이 큰 주식에, 양도소득세율 인상은 성장성이 높아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큰 주식에 상대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다”며 “이러한 중소형 주식의 경우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거래세와 양도세는 과세 목적이 달라 이중과세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또 양도차익에서 2000만원을 기본공제해주기로 한 만큼 대다수 주식투자자들이 양도세는 내지 않고 거래세 인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항변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거래세를 폐지하면 외국인 국내주식 매매에 과세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고빈도 매매 등 시장왜곡 대응 수단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은 “거래세 폐지 시 고빈도 매매, 단기투자 확대 우려가 있어 거래세와 양도세를 병행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는 주식 양도세 확대로 인한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 주식시장 매력도가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면 증시를 떠날 큰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해외 증시로 옮겨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미 각종 주식 커뮤니티에선 해외 증시로 옮겨가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이어도 비과세 장점으로 버텼는데, 세금이 비슷해지면 성장성이 높은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개인투자자들과 정부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여야는 주식 양도세 전환의 전제로 '증권거래세 전면 폐지'가 필요하다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기국회 입법 과정에서 '국회 대 정부' 구도로 치열한 논리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증권거래세 폐지법안'과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김병욱 민주당 자본시장특별위원장은 최근 열린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세미나'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는 우리 당 총선 공약이었다. 정부안에 증권거래세 세율 인하 스케줄만 나와 있고 폐지 언급이 없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와 주식 양도세 부과 전환을 골자로 한 금융세제 법안을 이달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추 의원은 “손해가 있는 주식투자자에게 중간에 자꾸 거래 관련 세금만 가져가므로 투자자들이 그에 대해 정당하지 못하다고 느낀다”며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이 지켜지도록 거래세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식 투자 활성화를 위해 장기 보유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야 공통으로 나온다. 여야 모두 관련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