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R&D 톡톡]<9>LNG선 강국에서 스마트 선박 강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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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브레인(GGT MkIII) 타입 LNG선 <자료 위키피디아, 저자 토사카(Tos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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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 타입 LNG선 <자료 위키피디아, 저자 토사카(Tosaka)>

우리나라는 세계가 알아주는 조선 강국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선박의 약 35~40%를 담당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과 대형 선박 건조에 강하다.

국내에서 건조된 '프렐류드 LNG-FPSO'(FLNG)는 생김새는 배와 같지만 항해하지 않고 바다 위에 떠 있는 해양 플랜트로, 연간 최대 360만톤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플랜트 자체 무게도 26만5000톤이나 된다. 또 다른 국내산 대형 선박인 쇄빙 LNG선은 길이가 약 300m고, 2.1m 두께 얼음을 스스로 깨면서 운항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2만TEU 이상 컨테이너선을 연간 수십척씩 건조하는 능력을 갖췄다. TEU란 20피트(6.096m)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를 부르는 단위로, 컨테이너선 크기를 가늠할 때 쓰이는 단어다.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이 지난 1970년대에 조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500원짜리 지폐에 새겨진 거북선으로 상대방을 설득한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면 큰 발전을 이룬 셈이다.

1980년대부터 과감한 투자와 인력 확대, 연구개발(R&D) 지속 등을 추진한 덕분에 우리나라는 조선업을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정책 변화도 조선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됐다. LNG에 대한 국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LNG 운반선 수요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LNG선 개발에 착수한 우리나라는 멤브레인 형태의 LNG선 개발에 몰두했다. 멤브레인은 선체와 화물창이 하나로 돼 있고, 한 번에 많은 양을 싣는 게 가능하다. 반면에 LNG선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일본은 선체와 화물창이 분리된 구조인 모스 형태의 LNG선에 주력했다. 모스 타입 선박은 적재량은 적지만 액체 상태의 LNG가 흔들리면서 화물창에 미치는 손상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LNG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LNG를 한 번에 더 많이 실을 수 있는 멤브레인 타입 선박이 시장에서 유리해졌다. 우리나라가 세계 LNG선 시장점유율 80~90%를 차지하게 됐다. 이는 조선업계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멤브레인 타입이 안고 있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R&D와 정부 지원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에는 선박 연료와 평형수 처리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수소연료전지와 같은 대안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평형수 처리 장치 개발도 선도한다. 평형수란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배 아래에 채우는 바닷물이다. 타 지역 바닷가에서 채운 평형수를 우리나라로 돌아와 배출하면 외래종이 유입돼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자율운항 선박 등도 업계에서 관심을 보인 분야다. 유럽은 자율운항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로 글로벌 연구기관과 기업이 함께 종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도 민·관이 함께 스마트 선박을 개발한다. 우리 정부도 2025년까지 최소 인원만 승선하는 수준의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조선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우리나라지만 4차 산업혁명에 따라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깊은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어려운 고비마다 과감한 투자와 강력한 정책 지원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듯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미래 조선 산업도 우리나라가 선도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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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조선해양 PD

서용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조선해양 PD yssuh@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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