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무언가를 판단할 때 시각에 의존하는 비율이 90% 이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복잡하고 난해하며 전문적인 기술적인 요소를 일순간 단번에 설명하는 방법을 시각적인 로고에서 찾았던 인텔의 전략은 성공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지금 자사의 기술력을 고객들에게 인식시키길 어려워하는 기업이 있다면, 인텔과 같은 전략을 구현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인텔은 자사의 제품의 진화 과정 또한 브랜드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인식시켰다. 이전의 기술 기반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이 기존 제품에 비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깨알 같은 글씨로 설명서를 가득 채우기 일쑤였다. 하지만 인텔은 자사 제품의 로고를 숫자와 문자가 결합된 일련의 시리즈물로 기획하여 해당 숫자 내지 문자 등을 변경하여 이전에 비해 개선된 제품이 출시됐음을 쉽게 인식시켰다. 그들은 알았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개선된 제품을 사기를 원했던 것이지,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개선된 제품인지는 중요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말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펜티엄 브랜드다. 인텔은 펜티엄 Ⅱ, 펜티엄 Ⅲ, 펜티엄 Ⅳ 등과 같이 연속된 단어와 숫자를 조합해 보다 각각의 제품이 이전 제품 내지 신규 출시된 제품 속에서 어떠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지를 서수적으로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서 고객들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CPU의 성능을 단순 명쾌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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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DB>>

인텔은 로고를 단순히 기술 진보만을 표시하는 데 이용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부품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도 이를 활용했다. 1990년대 후반은 PC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함에 따라 고급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영역에서 새로운 세분 시장이 등장했다. 많은 소비자들 단순한 워드 작업과 인터넷을 주로 활용하는 데 고가의 CPU가 탑재된 고가의 PC를 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이제 알고 있었다. 저가 컴퓨터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이 신규 시장에서 인텔의 경쟁자들은 경쟁적인 가격 인하 전략과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발하여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텔도 저가 시장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엄청난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려 구축한 자사의 기술 우위 프리미엄 브랜드인 펜티엄을 저가 시장에 활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텔은 펜티엄과 직접적으로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인텔 셀러론(Celeron)이라는 독립된 브랜드를 출시했다.

셀러론이라는 로고를 통해서 많은 소비자들은 인텔이 펜티엄과는 달리 저가 PC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적정 수준의 CPU로 개발한 제품이라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셀러론은 인텔이 출시한 펜티엄 시리즈와는 이름부터 달랐기 때문에 이 제품은 다른 식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을 고객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따라서 셀로론이라는 신규 브랜드를 목격한 고객들은 매장 직원 내지 관계자들을 통해서 셀러론이라는 신규 브랜드가 무엇인지 확인하게 된다. 사실 굳이 매장 직원의 도움이 없어도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셀러론은 발음이나 억양에 있어 펜티엄보다 약하게 발음된다. 이로 인해 많은 고객들이 해당 CPU는 저성능의 실용적인 CPU일거라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기술은 점차 난해해지고 있다. 또한 비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동시에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자신이 개발한 다양한 기술의 난해함을 설명하기 위해 깨알 같은 설명서를 작성 중인 창업가가 있다면 인텔의 전략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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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