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와대, 행간을 잘못 읽었다

'행간을 읽는다'는 말이 있다.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려면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 행간을 잘못 읽는다면 자칫 해석의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전해진 '연봉 5000 소리질러' 게시글에 20~30대 취업준비생의 억장이 무너졌다.

인천국제공항 근무 직원들의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이 글은 삽시간에 전파됐다. 군대를 전역하고 22세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인국공 보안검색요원으로 들어왔는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연봉 5000만원을 받게 됐다는 내용이다.

인천국제공항은 대학생이 꼽은 공기업 선호도 1위의 '신의 직장'이다. 토익점수는 900점 후반대를 기록해야 하고, 각종 자격증도 필수라고 한다. 그만큼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입사는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하루 만에 청원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섰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그만해 달라'는 내용이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 팩트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훈련받은 보안검색요원 △연봉은 5000만원이 아닌 3500만원 △정규직 채용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전날에 이어 25일에도 방송프로그램에 출연, 적극 반박했다.

공교롭게도 친여성향으로 알려진 방송에서였다. 24일에는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JTBC 뉴스에, 25일에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황 수석은 “청년에게 오해가 퍼진 것 아닌가 싶다. 취업준비생들이 준비하던 정규직 일자리가 아니라 기존 보안검색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억울할 만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정권 출범 후 지속적으로 공약을 이행해 오던 참이었다.

그러나 인국공 논란을 두고는 '행간을 잘못 읽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20~30대 청년층이 분노하는 것은 인천국제공항 단 한 곳의 사례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약속과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고 싶은데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공부 그만하고 데모하는 법이나 배워야겠다”는 자조 섞인 푸념까지 흘러나온다. 청와대도 상황을 직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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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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