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투자 손실로 인한 경영난 타개를 위해 보유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분 24%(약 3억주)를 보유한 미국 통신 대기업 T모바일의 주식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T모바일은 소프트뱅크그룹의 이동통신 자회사였던 옛 스프린트와 올 4월 합병한 회사로 소프트뱅크그룹은 이 합병을 통해 T모바일 지분 24%를 확보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의 10조엔(약 110조원) 규모 투자펀드인 '비전펀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 등으로 거액의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 2018사업연도에 1조4111억엔의 순이익을 올렸던 소프트뱅크그룹은 이로 인해 2019사업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는 투자손실로 9615억엔 적자전환을 기록, 1981년 창사 이후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손 회장은 그룹의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알리바바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총 4조5000억엔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주식 매각은 그 일환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T모바일 주식의 장부 가액은 합병 완료 시점인 지난 4월 1일 기준으로 약 2조7000억엔이다. 그간 주가가 올라 약 3조4000억엔으로 불어났다.
닛케이는 소프트뱅크그룹이 T모바일 주식을 얼마만큼 매각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약 2조엔 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T모바일 지분을 모두 현금화할 경우 4조5000억엔의 자금조달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종 성사 여부는 T모바일 지분 43%를 보유한 도이치텔레콤과의 협의 결과에 달렸다.
T모바일이 스프린트와 합병할 때 소프트뱅크그룹 보유 지분 매각을 1년 이내에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제한 조항을 뒀다.
닛케이는 소프트뱅크그룹이 합병 2년째부터 일정 비율로 도이치텔레콤에 지분을 넘길 수 있고, 양사가 합의하면 매각 제한 조항도 풀 수 있다며 T모바일 주식의 조기 현금화 열쇠는 도이치텔레콤이 쥐고 있다고 전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