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3000억 규모 '차세대 ERP' 누구 손으로?

예타 조사 돌입…내년 상반기 사업 발주
업그레이드 대신 새 솔루션 도입 검토
LG CNS·더존비즈온·영림원 참여 가능성
SAP·오라클 등 외산기업도 출사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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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나주=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한국전력공사가 공공기관 역대 최대인 3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업무시스템 구축 사업에 착수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사업을 발주한다. 기존 SAP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업그레이드 대신 다양한 솔루션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어서 국내외 ERP업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 관계자는 9일 “기존 ERP를 업그레이드하는 차세대 업무시스템 구축 관련 예타를 신청했다”면서 “빠르면 올해 말에 예타 결과가 나오고 사업 발주는 내년 초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2005년 SAP ERP를 도입한 후 15년 만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차세대 ERP 도입을 위한 프로세스혁신(PI) 사업만 3년이 걸렸다. 프로젝트 사업자가 변경되면서 지난해 말 삼정KPMG 컨소시엄을 PI 사업자로 선정, 최근 PI를 마무리하고 예타를 신청했다.

한전 차세대 ERP 향방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한전은 2016년 SAP와 라이선스 이슈 분쟁에 휘말렸다. SAP는 한전이 약정한 ERP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했다며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제소했다. 지난해 법원은 한전 SAP ERP 사용 자료를 한전KDN이 SAP에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한전KDN으로 공은 넘어갔지만 SAP와 여전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한전이 차세대 ERP로 SAP 업그레이드 버전을 도입할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한전은 차세대 ERP 사업에 특정 솔루션을 정하지 않기로 했다.

한전 관계자는 “특정 솔루션을 정하기보다 꼭 필요한 기능을 사업 제안요청서(RFP)에 담기로 했다”면서 “RFP 기능을 최대한 충족하는 기업 또는 제품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ERP 솔루션 구매뿐만 아니라 하드웨어(HW) 등 시스템 구축에 약 3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10년 새 공공 ERP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 규모다.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과 ERP 솔루션 등 국내외 업계 간 본격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한전 ERP 시스템은 LG CNS와 SAP가 구축했다. LG CNS는 2018년 자체 ERP를 개발, ERP 시장에 신규 진입했다. 더존비즈온·비젠트로·영림원소프트랩 등 국내 주요 ERP 기업과 기존 사업자인 SAP, 오라클 등 외산 기업도 눈독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SAP는 한전과 소송 중이지만 기존 시스템 이해도가 높고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차세대 참여 가능성이 짙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차세대 ERP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관련 인력이 시장에 풀렸는데 한전 차세대 사업을 준비하는 사업자에 이 인력이 몰릴 것”이라면서 “국내 IT 서비스 기업과 국내외 솔루션 기업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짙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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